스토리가 스타를 제쳤다. 초반 캐스팅 난조로 남ㆍ녀 주인공이 대여섯 번이나 바뀐 상태에서 불안정하게 출발했던 KBS2 주말드라마 '태양은 가득히'(토ㆍ일 오후 7시 50분)가 황수정 안재욱 배두나 등 브라운관의 '스타기근'시대에 톱 탤런트를 총집합시킨 MBC '엄마야 누나야'를 꺾었다.'태양은 가득히'의 시청률은 지난 2주간 서서히 상승세를 보이다 4일에는 32.2%(TNS미디어코리아)로 24.7%를 기록한 '엄마야 누나야'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엄마야 누나야'가 유달리 강세를 보이던 서울ㆍ수도권지역에서도 29.1%(AC닐슨)로 '태양은 가득히'가 0.3% 앞섰다. 시작 당시 두 배 가까운 시청률 차이를 따라잡고 역전시킨 극히 드문 사례이다.
성공을 향한 남자의 야망과 배신, 처절한 여자의 복수 등 '태양은 가득히' 는 무척이나 상투적인 멜로를 답습한다.
"뱃속 아이로 내 발목 잡을 생각 하지 마. 날 위해, 그리고 너를 위해 아이를 지워."성공을 위해 약혼까지 한 지숙(김지수)를 냉정하게 버리는 민기(유준상)와 그런 그에게 지숙은 "나 오빠 없으면 안돼, 사랑해."라며 매달린다.
그렇게 버림받고 자살을 기도했던 지숙에게 한 재력가가 나타나고, 재벌 딸인 가흔(김민)과의 결혼을 강행하려는 민기가 괴한에게 급습당하면서 스토리 전개가 급물살을 타고있다.
'언제적 이야기인데.'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지만, 절정을 향해 치닫는 이 드라마는 경빈(고수)과 승리(김소연)의 껄끄러운 관계에서 지지부진하는 '엄마야 누나야'와는 달리 팽팽한 긴장감을 주며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유준상과 김민의 익지 않은 연기가 눈에 거슬리지만, 신세대 시청자들마저 민기에 대한 비난을 쏟아 붓고 있다.
세월이 흘려도 변함없는 '멜로'의 위력이 입증되는 듯하다.
하지만 제작진에서는 멜로 보다는 '남성드라마'임을 강조한다. 작가 배유미씨는 "'청춘의 덫'이나 '젊은이의 양지'는 배신 이후의 상황에서 극이 전개되었지만 이 드라마는 초반 20부까지 비슷한 조건에서 성공을 꿈꾸었던 두 젊은이 민기와 호태의 우정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말한다.
배경이 천양지차인 지숙과 가흔을 만나면서 민기는 급기야 배신과 욕망의 화신이 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일단 멜로로 흘러간 이상 애초 기획했던 '남성드라마'라는 틀은 당분간 미뤄두었다가 종반부로 가서 두 남자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 부각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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