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에 돈이 돌기 시작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에 힘입어 회사채 시장은 완연한 봄기운을 맞으며 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 '시중자금의 블랙홀'이라던 은행권도 시중금리 하락에 따라 조금씩 기업들에 자금을 풀어주고 있다.자금시장 선순환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시적인 호전 현상을 정상궤도 진입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기에는 아직 섣부르다는 지적도 높다.
11일 금융당국 및 금융계에 따르면 올들어 각종 금융지표들이 자금시장 경색이 해소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1월중 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순발행(4,429억원)된 데 이어 2월에도 8일까지 5,778억원의 순발행을 기록했다.
신용도가 다소 낮은 'BBB'등급 회사채의 차환발행률도 최근 몇 달동안 20% 안팎에서 머물다 1월에는 60.4%로 크게 뛰어올랐다.
시중자금의 은행 예금 집중 현상도 완화하고 있다. 은행 예금 증가 규모는 점차 줄어드는 반면 투신사 수신은 단기 머니마켓펀드(MMF), 채권형 투자신탁 등을 중심으로 큰 폭 증가(1월1일~2월5일 9조8,947억원)했고 은행 신탁도 2월들어 모처럼 증가(5일까지 8,000억원)로 반전했다.
이밖에 은행 기업대출, 당좌대출한도 소진율, 기업어음(CP) 발행 등 나머지 지표들도 자금시장이 상당히 호전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일시적인 지표 상의 호전을 장기적인 대세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여부다. 한양대 나성린(羅城麟)교수는 "꽁꽁 얼어붙어 있던 자금시장이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 인위적 대책으로 인해 급속히 해빙되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며 "하지만 기업체질 개선으로 까지 이어지지 않는 한 자금시장 선순환의 시작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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