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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대북경협, 안정적 접근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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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대북경협, 안정적 접근 필요하다

입력
2001.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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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남북 경협에 있어 전환점이 되는 한해였다. 남북 정상회담과 6ㆍ15 공동선언 채택을 계기로 남북 관계가 그 동안 반목과 불신에서 벗어나 화해와 협력의 시대로 이행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남북 경협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갖추었다. 지난해 11월 남북 당국간 '투자보장 합의서' '이중과세방지 합의서' '청산결제 합의서' '상사분쟁해결 합의서' 등에 대한 가서명이 그것이다.

그러나 현재 남북 경협은 투자 리스크는 크고 수익성은 적어 기업의 대북 사업이 제약받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대북 사업은 장기적 비전과 단계적 전략을 갖고 추진되어야 할 것이며, 우선은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투자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리스크 관리 차원이나 대북 협상력 측면에서 볼 때 기업의 개별적 ㆍ경쟁적 접근 방식보다는 기업간 집단적ㆍ협력적 접근 방식이 보다 유효할 것이다.

사업별 또는 업종별의 중소기업간 공동 진출도 가능할 것이며 중소기업과 대기업, 우리 기업과 외국 기업의 공동 진출도 가능할 것이다.

여기서 대기업이 공단을 조성하고 중소기업이 생산 설비를 투자하여 공동 입주하는 방식은 기업의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대북 투자 진출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인 문제는 남과 북이 전혀 다른 경제 운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북한의 외국인투자유치법에 의거해서 일본 조총련계 기업 100여개가 북한에 직접 투자를 했는데,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투자보장협정 체결을 통해 남한 기업들의 투자를 북한이 허용한다고 해서 투자 환경이 크게 개선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앞으로 정부는 남북 경협을 교역 중심으로 가져갈 것인지 투자 중심으로 가져갈 것인지 남북 경협에 대한 기본 입장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분간 남북 경협은 교역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 교역뿐 아니라 현재 남북 간에 비교적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위탁 가공 교역까지 포함해서 남북간 경제적 연계를 확대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동서독 역시 수십년 동안 경제 교류를 했지만 청산 결제 방식에 기초를 둔 교역 중심의 교류를 했고 구 서독 정부는 구 동독에 대해 차관 등의 자금 지원을 주선했을 뿐이다.

교역중심의 교류를 추진하는 경우, 가능한 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민간기업들이 앞장서서 활발하게 뛰게 하는 것이 낫다.

초기에는 주로 남북간의 교역이 주류를 이루겠지만 차츰 교역을 해외시장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기 때문에, 남북교역추진 초기단계부터 해외시장과의 연계무역을 함께 추진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과거 1970년대 전세계의 오지도 마다않고 찾아 다니며 해외거래선들을 개발하고 선진기술과 첨단제품수입을 주선했던 무역 대리점들이, 이번에는 남한의 기술을 제공받아 북한에서 생산되는 고품질의 상품들을 기존의 해외거래선을 통해 수출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무역환경은 그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바뀌었지만 교역 초기단계 북한에서 생산되는 소량, 다품종 상품으로 세계무역시장의 틈새를 공략하기에는 소규모의 무역대리점들이 가장 적합하다 할 수 있다.

진철평 한국무역대리점협회 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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