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언론사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뒤질세라 공정위도 언론사 조사에 가세했다. 한술 더 떠 현직장관 한 사람은 언론과 전쟁을 불사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언론개혁이 이렇게 으시시한 분위기로 몰아 가야 가능한 것인지 고개가 갸웃거려 진다.■대통령의 언론개혁 문제 제기와 일련의 정부조치 사이에 어떤 상관 관계가 있다고 보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특히 세무조사를 그런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야당은 정권의 언론 길들이기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국세청은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느 쪽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정황으로 볼 때 언론사 세무조사가 5년이 지나 때가 됐고, 일부 탈루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말은 어딘가 자연스럽지 못하다.
하기야 95년 YS 때에도 국세청은 때가 되어서 하는 것이라고 했으나, 정권 관계자들은 나중 정치적 의도가 있었음을 실토했다.오늘날 YS의 도쿄발언 내용은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된다.
■민영(民營) 신문사에 개혁 해야 할 것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방송 토론 프로그램에서 언론학자나 시민단체가 지적하는 것들, 소유구조, 사주의 권력화, 특정 이슈에서의 여론몰이 등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들은 언론이 갖는 본연의 사명, 비판적 기능과는 별개다. 언론의 비판적 기능에 앞장서 온 것은 관영(官營)의 방송ㆍ신문사가 아니고 이런 민영 신문사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세청 공정위가 한꺼번에 나서고, 경찰이 거드는 모습은 마치 정권이 언론사에 본때를 보이기로 작심한 게 아닌가 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언론은 그 본연의 기능, 비판 때문에 숙명적으로 권력과 충돌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충돌을 통해 권력은 개선되고 정권의 정통성은 강화된다. 언론은 소금과 같다. 소금이 없는 음식을 상상해 보라.
얼마나 싱거운가. 또 얼마나 쉽게 부패하는가. 언론의 비판기능이 결국 정권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정권 관계자들은 알고 있을 터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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