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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국민주택 규모'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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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국민주택 규모'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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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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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택규모'라는 것이 있다. 주택건설촉진법(1973년)에 의해 전용면적 85㎡(25.7평, 분양면적으로 34평)로 구입자금지원, 저리융자, 대출이자 소득공제 등 정부가 국민에게 권장하는 평형이다.그런데 산출 근거가 애매한 이 수치가 필요 이상 크게 잡혀있다. 우리의 국토, 인구밀도, 국민총생산(GNP), 환경문제 등 여러가지를 보아 국가적으로 큰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85㎡라면 일본의 최저 주거수준으로 7인, 영국 기준으로 5인 가족이 사는 크기다. 우리나라 1가구 평균 인원은 70년대 5명, 80년대 4명, 90년대 3명꼴로 떨어져 2000년 센서스에서 3.2명이었다.

대가족 가구도 66년 25.8%에서 95년 12.7%로 떨어졌고 독신가구는 66년 2.3%에서 95년 12.7%로 늘었다.

독거노인가구도 75년 11.1%에서 95년 16.3%로 늘었다. 1925년에는 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미혼자가 10명중 1명이었으나 90년대에는 3명, 특히 독신녀가 25년 5.3%에서 95년 25.7%로 치솟았다. 이런 사회 변화를 감안하면 더욱 더 30년 전에 근거없이 만들어진 이 기준을 재고할 때다.

1인당 주거면적이 95년 5.9평에서 99년 6.2평으로 늘어났고 자가주택의 전국 평균면적이 21.2평에서 23.1평으로 10% 늘었으나 여기서 보듯이 국가가 권장하는 34평은 전국평균치보다 50%나 크다.

이미 신라시대부터 집의 크기에 대한 금법이 생길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큰 집을 선호하고 또 집을 재산목록 1호로 보는 관습이 있어왔다.

우리 주택들은 공연히 규모만 컸지 공간이용이 과학적이지 못하고 공실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낭비가 많다.

소위 국민주택규모로서 3인 가족에 34평은 너무 크다. 이것이 전국 규모일 때 그리고 건물내용연한을 통털은 에너지 비용까지 생각할 때 전체적 낭비는 천문학적이 된다.

그런데 정부는 아파트의 소형평형 의무건설 규정을 없앴다. 건설업체는 장사 잘 되는 중대형만 선호하며 과소비를 부추긴다. 크고 비싸야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주택공사도 소형을 짓지않고 민간기업과 중대형 경쟁을 한다. 국세청은 작년에 대형주택의 중과세를 결정했다가 건설경기 회복이 안된다고 취소했다.

서울에는 99년 4,800가구의 중대형 고층아파트들이 본격 분양되어 그 공급비율이 30%를 넘어섰다. 서울 서초동의 국내 최고가인 한 고층아파트는 154평형으로 작년에 견본주택을 열기도 전에 38세대 중 절반이 팔렸다.

중산 서민주택을 우선 지원해야 하는 정책목표와 자원의 효율적 분배, 에너지절감 등 주택정책의 문제점이 노출된 한 예인 것이다.

대부분 실수요가 아닌 투기성 중대형 매물에 국민 대부분의 관심이 쏠려 있고 소형은 품귀가 심해 결과는 전세대란으로 나타난다.

중소평형은 진정으로 우리사회가 필요로 하는 실수요다. 이의 품귀현상은 가수요와 투기와 불평등을 부채질해온 주택정책의 결과이다.

주택재고가 100%에 가까워 이제 양적확충의 시대는 지났다. 특히 전국 가구의 절반이 아파트이고 연립 등을 따지면 공동주택이 60%를 넘는 시대에 이제는 국민주거의 수준제고와 질적내실을 도모해야 한다.

본질적으로 건축이라는 인공 환경은 반환경적일 수 밖에 없고 그런 요소를 최소한으로 줄이려면 국민주택규모를 최소화하고 내외부 함께 공간의 질을 높이는 친환경적, 생태적 설계가 권장되어야 하고 과도한 택지공급을 빙자한 자연훼손을 최소로 아니 극도로 줄여야 한다.

21세기와 새 밀레니엄에 살려면 건축은 에너지 절감에 최고의 기술을 쏟아부어야 한다. 여름의 대청마루는 겨울에는 쓰지 않고 온돌방으로 살림을 축소하는 융통성과 공간기능의 다양성 등 한옥의 지혜들도 배울만한 것이다.

이퇴계 선생은 어느 집에 초대 받았다가 선비의 집으로서는 너무 크다 하여 먼발치에서 돌아섰다는 이야기도 있다. 올해 국민주택사업에 1조4,000억원이 배정되었다니 그 돈이 어떻게 쓰일까 걱정이 앞선다.

김 원 건축가ㆍ광장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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