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정몽준 회장). "반갑습니다"(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 2년8개월간 끊겼던 관계가 다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정회장은 곧 이어 "고생 많았지요"라며 악수를 청했다. 차범근씨는 말없이 특유의 미소만 지은 채 악수에 응했다.
여의도고등학교 축구부 창단식이 열린 9일 오후.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차범근 감독이 2년8개월만에 재회했다.
"고등학교 팀 창단은 차범근 축구교실의 열매를 맺는 것"이라며 감격해 한 차범근씨는 이날 대표팀 감독 사퇴파동과 '인터뷰 사건'등으로 담을 쌓았던 언론과도 공식적으로 첫 대면했다.
축구행정의 수장과 한국축구 최고스타간의 관계단절은 98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98년 프랑스월드컵서 네덜란드에 0_5로 패하자 정회장은 차감독을 전격 해임했다.
그후 차씨는 모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축구의 승부조작설을 제기 큰 파문을 일으켰다가 5년간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정회장은 지난 해 1월 사면조치를 내렸으나 앙금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정회장은 "차감독과 같은 세계적인 선수가 많이 배출되길 바란다" "5살짜리 막내아들을 차범근 축구교실에 보내고 싶다"는 등 덕담을 했다.
차감독은 "그동안 섭섭했던 게 사실이었다"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는 또 "정회장이 고등학교 축구부 창단식에 와주실 줄은 몰랐다"며 고마움을 표시하고 "한국 축구발전을 위해 밀알이 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창단식을 가진 여의도고 축구부는 차범근 축구교실을 모태로 창단된 팀. 여의도고 축구부는 수업은 학교에서, 훈련은 차범근 축구교실에서 전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