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우체국보험기금 등 4대 연ㆍ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을 2~3년내 25조원으로 확대한다는 정부 발표와 관련, 보다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연ㆍ기금의 자산운용방식의 선진화를 꾀하고, 체감경기를 살리겠다는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공적 연ㆍ기금에 무리하게 주식매입을 강제할 경우 자칫 '국민의 노후생를 담보로한 위험한 게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계와 연구기관 관계자들은 연ㆍ기금제도가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도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 fund)의 주식투자가 제도적으로 금지돼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회보장연금은 현재 99.9% 미국 재무성 채권에만 투자하고 있다. 수익성보다 철저히 안전성 위주로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연ㆍ기금의 주식투자비율이 평균 50%에 달하는 것은 사적연금의 주식투자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기업ㆍ개인 연금은 총자산의 48%를, 공무원연금은 65%를 주식에 운용하고 있다.
미국의 공무원연금은 공무원들이 사회보장연금에 의무가입하면서, 별도로 가입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달리 사적연금으로 분류된다. 증권연구원 고광수(高光洙) 박사는 "미국의 경우 국민의 기초적 생계를 보장하는 공적연금은 안정적 투자에 주력하는 반면 사적연금이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는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사적연금이 발달되지 않아(개인연금 비중이 4.5% 수준) 국민들이 노후생활을 대부분 공적연금에 의존하고 있다"며 "현재 공적연금의 실태를 볼 때 수익성을 제고하지 않으면 재원이 언제 바닥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연ㆍ기금이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곧 연ㆍ기금의 수익성 제고에 일조할 것이라는 논리다.
공적연금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유사한 일본의 경우 공적연금인 국민연금ㆍ후생연금의 주식투자비중이 19%에 달하는 것도, 미국의 사회보장연금에 대한 주식투자를 허용해야 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는 것.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연ㆍ기금에 주식투자의 길을 터줘 자산운용의 합리화를 도모하는 것은 맞지만, 인위적 증시부양에 동원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명지대 윤창현 교수는 "주가상승은 구조조정과 정부 정책이 올바르게 시행된 결과로 주어지는 선물"이라며 "연ㆍ기금이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사용될 경우 엄청난 후유증을 낳고 만다"고 말했다.
KDI(한국개발연구원) 신인석 박사도 "정부는 연ㆍ기금에 대해 운용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전문적 운용능력을 보완해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병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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