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가 9일 노동계 최대 현안인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 문제를 5년간 연기키로 한 것은 어려운 경제현실을 감안하고, 향후 구조조정 문제에 전념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그러나 중요 현안을 어떤 식이든 매듭짓지 못하고 유보로 넘겼다는 노ㆍ사 강경그룹의 비판과, 복수노조 허용 연기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압력 등으로 적지않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합의배경
노사정위는 이날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시행유예의 경우 노동계의 취약한 재정사정으로 노조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을 고려했고, 복수노조 허용의 연기는 노ㆍ노갈등 심화와 노무관리의 어려움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노사 모두가 서로 부담되는 문제를 당분간 피해가기로 '합의'한 셈이다.
이번 합의에 참여한 한국노총과 경총은 특히 "두 사안을 둘러싸고 노사가 장기대립하는 것을 견뎌내기에는 우리경제가 너무 어렵다"고 밝혀, 최근의 어려운 경제상황이 가장 큰 동기가 됐음을 내비쳤다. 양측이 향후 구조조정 문제에 전념하기 위해 두 문제에서 벗어나는 것이 시급했다는 좀더 내면적인 시각도 있다.
■파장과 전망
합의에 참여하지 않는 민주노총은 복수노조 허용이 연기된 것과 근로시간단축 문제가 당초 시한인 2월을 넘기게 된 것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날 서울 여의도 노사정위 앞에서 반대집회를 가졌다.
결국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일방적 구조조정 반대투쟁'에서 지금까지 이뤄졌던 양노총의 공조가 파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와 관련, 노동운동가들은 향후 한국노총과 정부의 우호적 관계를 축으로 민주노총의 강경투쟁이 지속되는 국면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교전문가들은 복수노조 허용은 국제노동기구(ILO)의 9차례에 걸친 끈질긴 권고 끝에 97년 법개정에서 채택된 것이어서, 이번 시행 연기가 국제노동계의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국제 경제기구 등이 이 문제를 들고 나올 경우 대외신인도에도 좋지않은 영향을 미치리라는 분석이다.
이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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