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 쪽으로 가닥이 잡혔던 동아건설이 스스로 분식결산을 '고백'함에 따라 법원의 청산 여부 결정이 한달간 유예되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동아건설이 치부를 스스로 드러낸 것은 회사가 청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보이지만 불똥이 오너였던 최원석(崔元碩) 전 회장과 구 경영진으로 튈 수 밖에 없어, 대우그룹에 이어 또 한번의 분식회계 파장이 예상된다.
현행 회사정리법상 기업실사 결과, 청산가치가 계속 기업가치보다 높으면 해당기업은 법원으로부터 거의 자동적으로 파산판정을 받게 된다.
이와 관련, 동아건설 자산실사를 맡았던 삼일회계법인은 "동아의 청산가치는 1조6,693억원으로 계속가치 1조4,750억원보다 높다"며 청산이 낫다는 조사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동아건설측은 "88~97년까지의 리비아 공사수익(매출액)이 과대계상됐고, 이 상태로 채권회수기일이 산정돼 계속기업가치가 적게 나왔다"고 주장했다.
동아측이 밝힌 분식결산 규모는 약 4,575억원. 동아는 주로 해외공사의 매출액을 부풀리는 수법, 예컨대 실주주액이 100억원이라면 국내 본사의 회계장부에는 130억원 정도로 적어 순익과 외형을 부풀리는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측은 "분식결산분을 빼면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많아진다"며 "분식회계를 스스로 밝히는 것이 쉽지않은 결정이지만, 회사가 소멸하는 것을 그대로 두고볼 수 만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분식결산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상황이 크게 달라지기는 힘들다. 채권단 관계자는 "거품을 제거한다고 해서 동아의 계속가치가 늘어날 지 의문이며 오히려 청산가치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분식결산이 확인될 경우 최원석(崔元碩) 전 회장 등 당시 경영진에 대한 책임추궁 문제가 불거질 수 밖에 없다.
동아측은 이번 분식결산이 98년 워크아웃에 들어갈 당시 어느 정도 조사가 이뤄진 사안인 만큼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적 제재는 없을 것으로 보지만, 분식회계와 관련돼 대우그룹 경영진이 무더기 구속된 최근의 기류를 감안할 때 무사히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 금융계와 법조계 주변의 시각이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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