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내시(內侍) 집단묘역인 서울 초안산(楚安山ㆍ해발 110㎙)이 크게 훼손돼 보존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노원구가 지난해 4~12월 초안산 일대(노원구 상계동∼도봉구 창동)를 정밀조사, 9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곳에는 1,154기의 묘와 상석(511개) 향로석(320개) 석인상(169개) 비석(182개) 등 모두 2,410개의 유물이 밀집돼 있다.
그러나 조사를 맡은 한국미술사연구소에 따르면 이중 80% 이상의 분묘가 이미 훼손됐거나 도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상석과 석인상 등 석물도 훼손된 채 일부는 인근 인덕대, 광운대 운동장 등에 방치돼 있다. 또 초안산에는 골프연습장과 과수원 등이 산재해 체계적 관리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기록에 따르면 초안산은 서울에서 하나밖에 없는 내시 집단묘역인데다 예안(禮安) 이씨 등 양반과 서민의 묘도 함께 있어 공동묘역으로서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또 16세기부터 19세기말까지 만들어진 석비와 문관석, 동자상은 조선시대 미술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내시묘인 1634년의 승극철(承克哲) 부부묘와, 김계한(金繼韓) 가계(家係)묘는 결혼해 가정도 꾸민 조선시대 내시의 실체를 잘 보여준다.
한국미술사연구소 관계자는 "초안산 일대는 하나의 거대한 야외박물관"이라며 "주요 유물은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하고 유물전시관을 건립,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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