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폭탄사이트의 제조법대로 만든 사제폭탄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실제 파괴력 시험 결과 사람에게 얼마든지 치명상을 입힐만큼 위험한 것으로 확인됐다.경찰은 폭탄사이트에 소개된 대로 각종 사제폭탄의 제조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 9일 오후 경기 시흥시 H화학 공장 폭발물 시험장에서 직접 이들을 터뜨렸다.
먼저 성냥에서 빼낸 발화성분을 테니스공안에 넣어 만든 '테니스공 폭탄'. 심지에 불을 붙인 직후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면서 공이 걸레처럼 찢겨 나갔다. 국과수 관계자는 "사람 주변에서 터질 경우 큰 화상을 입게 된다"며 "인화성이 월등한 딱성냥을 사용하면 던져서 폭발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플라스틱통에 부탄가스통과 화약을 채워넣은 '부탄가스 폭탄'은 파괴력이 테니스공 폭탄의 5~6배에 달했다. 도화선에 점화한 뒤 1분여가 지나자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화염이 치솟으며 플라스틱통이 날아갔다. 사방 30㎙ 공간은 화약흔과 연기로 가득찼다.
"폐쇄된 공간에서 터질 경우 폭발력이 몇배나 강해져 많은 사람이 치명상을 입거나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다이너마이트의 전 단계라고 할 '니트로 글리세린 폭탄'은 제조과정에서 폭발 위험이 높고 파괴력도 엄청난 고성능 폭탄. 워낙 위험성이 높아 실제 폭발시험에서 제외했을 정도다.
경찰 관계자는 "'니트로 글리세린 폭탄'이 터질 경우 송판이나 철판이 뚫리는 것은 물론, 피해범위도 다이너마이트에 버금간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 폭발물 사건에 사용된 폭탄과 동일한 것으로 추정되는 '질산염 폭탄(일명 비료폭탄)'은 인터넷에 제시된 디젤유 점화방식으로는 폭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교한 점화장치를 이용할 경우 버스 한대를 날릴 정도의 폭발력을 지닌 것으로 조사됐다. '표백제 폭탄'도 당초 실험대상에 포함됐으나, 역시 제조과정의 위험 때문에 실제 실험에서는 배제됐다.
이날 시험에 대한 서울경찰청의 총평은 "전체적으로 사제폭탄의 위력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 경찰은 이에 따라 폭탄제조법을 제시하고 폭탄사용을 선동한 사이트 운영자 등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검찰과 협의를 거쳐 전원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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