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함속에서도 아름다운 삶을 살아온 한 할머니의 죽음이 '오늘의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1996년 7월 평생 고생하며 모은 전재산 2억여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했던 강원 인제군 북면 월학3리 정옥순(鄭玉順ㆍ86)할머니가 지난달 30일 아무도없이 쓸쓸히 숨졌다.
할머니는 그동안 노환으로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상태에서 혼자 살았으며 1일 이웃주민이 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민들은 3일 장례를 치르고 5일 삼오제를 올리며 할머니가 보여준 삶의 의미를 반추했다.
96년 7월 금 토지 집 등 전재산을 인제군장학회에 기증했던 할머니는 이웃에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장례비용 230만원까지 남겨둔 채 굴곡많은 세상을 마감했다.
할머니댁에 자주 들렸던 김종근(金鍾根ㆍ78ㆍ노인회장)씨는 "할머니는 손해를 보면 더 큰 이익이 돌아오는 법이라며 내 것이라면 한치의 양보도 없는 젊은 세대를 측은히 여기셨다"고 회고했다.
함북 회령에서 태어난 할머니는 해방후 대전 인근에서 장사를 했다. 6.25때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속초에 왔으나 못가고 아바이마을에 눌러앉았다. 이후 이북에 처자식을 두고 홀로 남하한 남편을 만나 30여년전 이곳으로 이사왔으나 남편도 결혼 5년만에 사망하는 아픔을 겪었다.
할머니는 혼자 구멍가게 포목장사 등 어렵게 살면서 푼푼이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쾌척하는 따뜻함을 보여 인제군의 칭송을 받았으나 차츰 잊혀졌다.
인제군은 할머니를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하고 가끔씩 반찬을 제공했다. 거미줄친 할머니방에는 먹지못한 반찬통이 여러 개 쌓여있었다.
곽영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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