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려우면 생태계 보호는 뒷전이다. 개발에 치이고 이익에 밀려 생태계는 신음하고 있다. 환경과 경제가 상생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자는 정책은 '구두선(口頭禪)'에 그치고 있다.▲ 개발에 밀려난 생태계보전
전국의 명산이 관광수입을 늘이기 위한 케이블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제주도는 각계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케이블카 설치를 강행할 방침이다.
환경단체들은 "한라산에는 설악산이나 지리산 보다 2배나 많은 1,800여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는데 케이블카 설치로 천혜의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고 저항하고 있다.
경남 밀양시 천왕산도 케이블카를 위해 5㎞구간에 200m마다 철탑을 세워지면 얼음골과 기암괴석이 무참히 훼손된다.
병꽃나무 서식지인 미륵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기 평택시에서만 서식하는 물부추는 택지개발로 습지가 사라지면서 자취를 감추었다.
오두산 전망대 부근의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 서식지와 보호물고기인 꺽정이 산란장도 경인운하 해사부두가 들어서면 자취를 감추게 된다.
▲ 고무줄 오염단속
경기 안산에 있는 폐기물처리업체 P사는 지난해 10월 허용기준치를 초과한 먼지를 배출하다 조업정지처분을 받았다. 이 업체의 조업정지 처분은 4번째. 이 밖에도 시설개선명령과 경고, 과태료 등 온갖 종류의 처분을 11차례나 받았지만 공장가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환경오염 단속실적을 보면 사정이 금방 드러난다. IMF가 닥치기 전인 1997년에는 7만3,988개 업소를 단속해 6.83%인 5,053개 업소를 적발했다.
이듬해에는 단속업소 수가 7만6,746개로 늘었지만 적발된 업소는 5.81%인 4,461개로 도리어 줄었다.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해서다. 지난해에는 단속업소 수와 위반업소가 각각 12만2,2942개와 9,812개로 전년도에 비해 두배이상 늘어났다.
사회분위기에 따라 수시로 단속의 강도가 변한다. 경제가 다시 어려워졌다고 하니 업체들은 또 느긋해하는지도 모른다.
▲ 생태계 보호는 민간 몫?
올 겨울 유난히 잦은 폭설로 야생동물이 떼죽음을 당했는데도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편성된 예산은 500만원이 고작이다. 야생동식물 보호예산으로 12억원이 편성돼 있지만 주로 밀렵이나 밀거래 단속에 투자된다. 야생동물 먹이주기 등 나머지 보호대책은 민간의 몫이 되었다.
재원확보를 위해 올해부터 부과하는 생태계보전협력금도 실상을 들여다보면 '떠넘기기'에 불과하다.
산업단지조성과 군사시설 설치, 댐건설, 도로개설 등 생태계 파괴의 주범인 공공기관이 시행하는 대규모 사업에는 부과를 면제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경제논리에 밀려 제대로 추진될지 의문이다.
정정화기자
jeong2@hk.co.kr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생태계 파괴 면죄부 '환경영향평가'
지난해 11월 경기도는 용인 신봉지구의 택지개발개발 사업장에 대해 훼손한 산림을 원상회복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 사업은 이미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 뒤였다. 용인 죽전지구도 엉터리 평가로 논란을 빚고 있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조사에서는 개발이 가능한 6등급이었지만, 건국대 김재현 교수팀의 조사에서는 보존해야 하는 8등급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제도는 환경을 합법적으로 훼손할 권리를 주는 면죄부와 같다. 평가작성 대행기관이 업자의 입김에 따라 춤을 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6년간 평가를 받은 사업 922건 가운데 부실평가서 작성으로 처분을 받은 것은 2.02%인 20건.
그나마 가장 무거운 처벌이 3개월 업무정지 1건이었다. 대행기관 지정 취소는 물론 6개월간 업무정지도 제도가 도입된 이후 한번도 없었다.
정정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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