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실 의자가 바늘 방석 같습니다. "설 자리가 좁아진 고교 독일어ㆍ불어 교사들의 겨울이 한없이 춥다. 특히 한 학교에서 4~6년 재직기한을 채운 교사들은 이달 정기인사이동에서 학교를 옮겨야 하는 데 어느 곳도 독ㆍ불어 담당을 반기지 않아 더욱 서럽다.
이런 상황이고 보니 인사이동때 출퇴근 등 조건을 따질 형편이 아니다. 독ㆍ불어 과목이 개설된 서울 강남지역 고교에는 이동 대상 교사 수백여명이 한꺼번에 지원, 눈물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권이 넘어가는 7차교육과정이 본격 도입되면 이들은 더욱 벼랑으로 몰리게 된다.
서울 M고 독어담당 이모교사는 "지금도 학생들의 80~90%가 일어ㆍ중국어를 선호하는 상황"이라며 "일어ㆍ중국어에 배정받지 못한 학생들이 '교사 때문에 억지로 독어를 해야하느냐'는 항의를 할 때면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전국 고교에서 독ㆍ불어 과목을 맡고 있는 교사들은 모두 1,800여명. 교육인적자원부는 학생들의 선호 감소로 현재 100여명이 남아돌고 있고 2003년이면 800여명만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000여명이 전과를 하거나 학교를 떠나야 한다는 얘기다.
대안은 연수를 받고 일어ㆍ중국어로 과목을 바꾸는 것. 올 3월부터 서울대와 한국교원대에서 실시되는 1년 연수과정에는 전국에서 200여명의 독ㆍ불어 교사들이 참여할 계획이다.
이중 150여명의 지방교사들은 1년간 객지생활하면서 새 길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주변에선 여전히 "1년 배워서 학생들을 가르치겠다는 것이냐"는 차가운 시선이 몰린다.
연수에 참가하는 대구 T고 독어 담당 정모교사는 "40대 가장들이 대부분인 우리가 1년간 집을 떠나 새로운 공부를 해야한다는게 아직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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