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5일 환경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경의선 복원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습지 보전대책에 대해서 물으면서, 비무장지대(DMZ)를 유네스코의 접경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마련토록 지시했다.경의선 철도와 남북연결도로가 지나가는 사천강은 군사 분계선에 의해서 갈라졌지만, 하나의 생태적 지역을 이루고 있다.
그 본류와 유역에는 다양한 습지가 지난 50년간 발달해서 여러 가지 생물 종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1996~99년 필자가 이끈 연구팀의 조사결과 사천강이 자리잡은 서부 파주 DMZ일대에는 식물 460종, 곤충과 동물 229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 실시된 경의선 남북연결도로 환경공동조사단의 조사에서도 국제자연보존연맹(IUCN) 멸종위기종의 적색목록에 등재돼 있는 재두루미, 큰주홍부전나비 등을 비롯해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천연기념물인 새매와 황조롱이 등이 확인됐다.
남북은 DMZ를 하나의 생태적 단위로 보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동안 남북 간의 생태정보에 관한 교류가 없었으며, 시계확보를 위한 화공작전 등으로 양측의 산림생태계가 파괴되기도 했다.
국경을 초월한 보호지역의 관리를 위해 유네스코가 공식적으로 지정한 접경생물권 보전지역은 5개이고, 유네스코 접경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아직 지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서로 경계를 같이하며 계속적인 협력관계를 가지고 공통된 활동을 하고 있는 생물권 보전지역은 11개이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에는 아직 접경생물권 보전지역이 지정되어 있지 않다.
북한과 함께 추진한다면 비무장지대는 유네스코 접경생물권 보전지역으로서의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으며, 동북아 최초의 접경생물권 보전지역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남과 북에 몇 가지 제안을 해보고자 한다.
첫째, DMZ 남북환경협력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 DMZ가 접경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남북 공동으로 신청서를 제출해야하므로 이 일을 맡을 기구가 있어야 한다.
현재 남한과 북한에는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MAB)위원회가 각각 있으므로 이 위원회를 중심으로 DMZ 남북환경협력기구를 설립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DMZ 생태계에 대한 남북 공동조사가 필요하다. 접경생물권 보전지역의 신청서에는 핵심지역을 포함하는 용도구획이 포함되어야 하므로 기존의 자료에 대한 상호교환은 물론 추가 공동조사가 있어야 한다.
생태공동조사를 위해 현재 남한과 북한이 참여하고 있는 동북아 생물권 보전지역 네트워크(EABRN)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유엔 지구환경기금이나 '새천년 생태평가' 기금을 남북 공동으로 신청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셋째, 접경생물권 보전지역으로의 지정을 전제로 환경친화적 경의선 도로 복원 및 남북연결도로의 건설이 필요하다.
사천강 유역의 많은 부분이 군사분계선 북측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북측 구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도 남측구간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경의선 철도 복원 및 도로건설 남북 환경공동조사단의 구성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접경생물권 보전지역의 기능에 대한 주기적 평가가 5년마다 이루어져야 하므로 DMZ 공동관리를 위해 남과 북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담는 행동계획이 될 'DMZ 의제21'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DMZ의 생태관광 코스화 계획이 포함될 수 있다.
DMZ는 남과 북이 공유하는 자연유산으로서 이 지역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하는 것은 우리 후세를 위해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가 해야할 일이다.
이 글의 제안이 DMZ 접경생물권 보전지역 지정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귀곤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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