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출판 / 우리 연극 100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출판 / 우리 연극 100년

입력
2001.02.09 00:00
0 0

'협률사에 밤이 늦도록 남녀가 어울릴 뿐만 아니라 싸움이 잦다. 연극이란 어느 나라에나 있는 것이지만 배우나 천한 무리가 생계를 위해서 벌이는 구차한 행위에 불과할 뿐 아니라 음란한 목소리와 난잡한 몸짓으로 사람의 눈과 귀를 현혹시켜 풍속을 문란케하고 청소년에게 학문과 노동을 게으르게 한다.'우리나라 최초의 관립 극장인 협률사는 1906년 4월17일 문을 닫았다. 이 상소문을 쓴 사람은 협률사의 운영책임자인 이필화(李苾和). 연극 문화에 대한 당시 관료층의 보수적인 시각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고려대 국문과 서연호 교수와 영남대 국문과 이상우 교수가 지은 '우리 연극 100년'은 수난으로 시작된 한국 연극의 통사를 꼼꼼히 적어놓았다.

1909년 원각사극장에서 공연한 이인직의 '설중매' '은세계'이후 전통 창극에 기초한 구극과 일본식 연극전통을 들여오려는 신파극은 20세기 초 상당한 갈등과 힘겨룸 현상을 일으켰다.

그러나 일제 지배층의 비호 아래 신파극이 우리 연극의 주류로 자리를 잡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임성구가 창단한 '혁신단'은 1911년 일본 '사(巳)의 집념'을 번한한 '불효천벌'이란 작품을 남대문 밖 어성좌에서 공연했다. 처음엔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장한몽' '금색야차' '불여귀' 등의 번안극은 한국적 풍속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대중들에게 호소력을 갖기 시작했다. 김우진의 신극 운동을 필두로 유치진 함세덕을 통해 발전의 가속이 붙는다.

현대 연극의 출발은 사실주의극을 기반으로 새로운 반성적 성찰이 일어난 1960년대 초반, 동인제 극단의 시작을 그 기점으로 잡았다.

사실주의와 탈사실주의 극의 전통이 자연스럽게 수립되면서 우리 연극에도 이른바 인기극 나오는데 대표적인 것이 1969년 초연된 '고도를 기다리며'이다.

임영웅 연출로 김성옥 김인태 김무생 정동환 송영창 한명구 안석환 등 수많은 배우의 산실이 되기도 한 연극이다.

1970년대 소극장 운동은 우리 연극의 내적 성숙의 산실이다. 카페 떼아뜨르는 당시 연극을 즐기던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추송웅의 '빨간 피터의 고백', 강태기 송승환 최민식 조재현의 '에쿠우스'가 모두 극장에서 장기공연됐다.

사료에 충실하면서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기획이어서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