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다:①화살이나 총탄을 날아가게 하다 ②벌레들이 침으로 찌르다 ③듣는 사람이 마음이 뜨끔하도록 말하다(민중서림 이희승 감수 엣센스국어사전)'쏘다'는 우리말 동사 중에서 비유적인 표현으로 가장 널리 활용되는 말 가운데 하나다. '금과녘을 쏘다'(금메달을 따다)나 '신호탄을 쏘다'(징후를 보이다)등 주로 '화살이나 총탄을 날아가게 하다'에서 연유한 비유법에 즐겨 쓰인다.
요즘 '쏘다'라는 말은 이와는 완전히 다른, '한 턱 내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언제, 어떻게 '쏘다'가 이런 뜻을 얻게 됐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음식점 계산대 앞에서 서로 돈을 내려고 지갑을 서둘러 꺼내는 것을 지갑을 '뽑는다'고 표현했고, 이것이 마치 서로 빨리 총을 뽑으려는 서부극의 등장인물을 연상시켜서 그 내용물인 돈을 내는 것이 '쏘는' 것이 되었다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1997년을 전후해서 대학가에서 쓰이기 시작한 이 단어는 인터넷 문화를 타고 급속도로 확산됐다. 시작도 통신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넷을 통한 즉석만남인 '번개'가 신세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인터넷 대화방에서 "오늘 내가 술 살테니 만나자"는 말은 "오늘 내가 쏠께"로 표현된다. 인터넷 대화방에서 만난 아이디 햇살공주라는 여고생은 "'내다'나 '사다'보다 밋밋하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7일 밤 10시께 접속해 본 한 인터넷 대화방의 130여개 방 중에서 만남을 제안하는 40여개의 방제목에 '쏘다'가 등장한다. '오늘은 내가 쏜다' '시원하게 쏠게' '신천역에서 쏜다' 등등. 천리안의 양이석씨는 "'쏜다'가 '번개'의 무계획적이고 전격적인 만남의 성격을 잘 살리는 말이라 많이 쓰이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신세대들의 감칠 맛나는 언어감각을 광고에서 놓칠 리 없다. 국민카드 광고에서 김소연은 "오늘은 여왕이 쏠게"라고 외친다. 이 말은 이제 신세대들 사이에서만 쓰이지 않는다. 휴렛팩커드에 다니는 심진보(29)씨는 "요즘은 점심시간이 되면 '누가 밥 살래'라는 말 보다 '누가 쏠래'라는 말이 더 많이 들린다"고 전한다.
그래서 '문화어사전'은 이렇게 정의한다.
쏘다: 한 턱 내다. (밥이나 술값을) 치르다.
용례: 누가 쏠 차례야?
지금 한국인들이 쓰는 새로운 말을 '21세기 문화어사전'이 알려드립니다. 새로운 문화어를 알고 싶거나 소개하고 싶으신 분은 한국일보 여론독자부로 연락을 주십시오. 전화 (02)722-3124 팩스 (02)739-8198
김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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