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까지 계속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여야 3당은 모두 정치권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안기부 선거자금 사건, 경제 구조조정 등 구체적 정치ㆍ경제 현안에 대해선 시각차를 좁히지 못했다.특히 경제개혁 방향과 대북정책 기조에 있어선 여야 간뿐만 아니라 공동여당 내부에서도 엇갈린 목소리가 부각돼 '3당3색' 현상을 보였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 자민련 김종호(金宗鎬) 총재대행이 각각 나선 대표 연설은 큰 흐름부터가 달랐다.
이회창 총재는 연설 초반에 안기부 선거자금 사건, 언론사 세무조사 등을 정치보복, 언론탄압으로 몰아가면서 강력한 대여 비판으로 분위기를 잡아 나갔다.
한화갑 최고위원은 '개혁 자성론'을 바탕으로 안기부 선거자금 사건에 대해선 단호한 입장을 취했지만 언론사 세무조사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 등 야당과의 전선을 확대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자민련 김종호 대행은 2여 공조의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곳곳에서 '보수 정체성' 부각에 무게를 실었다.
김 대행은 안기부 선거자금 사건과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선 '대표적 정치부패 사건' '언론사 예외 불인정' 등으로 확실하게 민주당 편에 섰다.
대북정책과 국가보안법 개정 등 북한관련 문제에서는 3당의 시각이 가장 복잡하게 교차했다.
국보법 개정과 관련, 한화갑 최고위원은 시대변화를 반영한 개정의 당위성을 역설한 반면, 이회창 총재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말로, 김종호 대행은 이보다 더 강력하게 "북한의 실질적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말로 개정반대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 총재는 전반적 남북관계에서 과속 문제를 언급하면서도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는 반대하지 않음으로써 균형잡기를 시도했다.
한 최고위원은 이에 야당 총재의 방북 및 김 위원장과의 면담 주선을 제안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경제개혁에 대해서도 시각은 제 각각이었다. 한 최고위원은 개혁의 불충분함을 인정하면서 보다 철저한 개혁을 강조한 반면 이 총재는 현 정부의 정책을 '신 관치경제'로 규정한 뒤 "2월까지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겠다는 것은 허언(虛言)"이라고 질타했다.
김 대행은 구조조정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인위적 기업퇴출을 비판하는 중간적 입장을 취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