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시장 정화의 칼을 빼어 든 공정거래위원회가 어이없는 복병을 만났다. 다름 아닌 국세청이다.공정위는 당초 이번 조사에서 경품이나 무가지 과다배포 등 가시적 불공정행위는 물론 본사ㆍ지국간 부당계약이나 계열사(혹은 자회사) 부당지원행위 등을 총체적으로 밝혀낼 방침이었다.
하지만 국세청이 먼저 언론사 회계장부는 물론, 이사회회의록, 지출결의서 등 재무관련 문건 일체를 영치함으로써 기초조사 단계에서부터 난관에 부딪치게 된 것이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관련 자료의 사본이 있거나 PC에 저장돼 있다면 다행이지만 이 경우에도 피조사기관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거래 상대측 장부를 통한 우회조사나 방증자료 교차조사는 가능하지만 이 경우 상당한 기간과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 한 관계자는 "국세청과 공정위의 동시조사 사례가 없었던 것은 이 같은 기술적인 어려움 때문"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공정위로서는 '언론 재갈물리기' 등 정치쟁점화 부담은 제쳐두더라도 양대 조사기관의 '협공'에 따른 피조사 기관의 혼란 등을 감안했어야 한다는 따가운 시선도 부담스럽다.
공정위 이남기 위원장은 "국세청과의 중복조사에 따른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사 영역이 다르고 기법도 상당부분 차이가 나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국세청 조사 발표로 공정위 조사를 늦추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했으나 피해신고 다발업종 우선 원칙을 고수하자는 내부 의견이 우세했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12일부터 4개 조사반별로 각 1개씩, 4개 언론사를 선정, 우선 조사에 착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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