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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회담으로 본 부시 한반도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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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회담으로 본 부시 한반도정책

입력
2001.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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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 외무장관 회담을 계기로 확인된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한국과의 대북 정책공조는 강화하되,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는 신중하겠다'는 이중적 구조로 요약할 수 있다. 이 같은 입장은 우리의 대북 화해ㆍ협력 노력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국무부의 콜린 파월 장관,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 내정자와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 등 미 외교의 핵심 인사들은 한결같이 '한국민에 대한 깊은 애정' '혈맹관계' 등의 표현을 쓰며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했다.

이들은 또 "북ㆍ미 관계가 남ㆍ북 관계보다 앞서 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파월) "미국은 남북 관계를 훼방 놓는 일은 절대 안 한다"(아미티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높이 평가한다"(라이스) 등의 발언을 통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도권은 어디까지나 한국 정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미측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을 반기고 있다.

부시 행정부 출범으로 한ㆍ미간 대북정책 공조에 금이 갈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이 북한의 본질적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 또한 명백해졌다. 파월 장관은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북한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북ㆍ미 관계 진전을 생각하겠다"고 대북 접근에 일정한 선을 그었다.

정부가 자세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라이스 보좌관도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의 일면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인식으로 인해 북ㆍ미 관계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거나 오히려 뒤쳐지는 결과가 나올 경우 '앞서 가는' 남북관계에 적지않은 부담이 될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이정빈 외교 일문일답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은 8일 새벽(한국시간) 워싱턴에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끝낸 뒤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파월 장관은 미사일 문제 해결을 북ㆍ미 관계 개선의 가장 중요한 관건으로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대북 관계개선의 속도에 대해 한ㆍ미간에 이견은 없었나.

"대북 정책을 점진적이고 일관되게, 또 인내심을 갖고 추진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파월 장관이 북한과의 '단계적 접근'을 얘기한 것은 우리 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

-미측의 대북 상호주의에 대한 언급은.

"상호주의는 부시 행정부에서 나온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우리의 대북정책도 서로간에 보탬이 되도록 한다는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ㆍ미 정상회담 시기는.

"2월 이후 가장 이른 시기로 이해해 달라. 미측이 수일 내 일정을 통보할 것이다."

-북ㆍ미 관계 개선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파월 장관은 미사일 문제 해결이 관계 정상화를 위한 '입장권'이라 표현했다.

북ㆍ미 관계가 남북 관계보다 앞서 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에 대한 전력 지원 문제도 논의됐는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한 문제와 북한 전력 문제 등에 대해 설명했더니 파월 장관은 '한반도 문제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일기자

■미국무부 반응

미국 국무부는 7일 이정빈 외교통상부장관과 콜린 파월 국무부장관이 모든 사안에 대해 의견일치를 보았으며 특별히 견해차이를 보인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국무부의 리처드 바우처 대변인은 "한미 외무장관 회담은 이 장관이 한국의 대북한정책 추진방법을 비롯한 여러가지 문제에 관해 설명한 자리였다"며 "파월 장관은 이 설명의 통찰과 포괄적인 성격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우처 대변인은 "파월 장관이 이 장관과의 회담에서 한국이 그동안 이룩한 대북정책의 성과를 토대로 전진하는 것이 미국이 자체적인 대북정책을 검토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파월 장관이 북한과의 관계를 단계적이면서 현실적인 방법으로 진전시켜 미국의 이익을 촉진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해왔으나 그러한 작업을 언제, 어떠한 방법으로 추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바우처 대변인은 이어 "파월 장관이 북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 결정된 바 없으나 풍부한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기존의 국무부 관계자들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하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새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북한측과 '뉴욕 채널'을 통해 정기적으로 접촉해왔다"고 밝혔다.

바우처 대변인은 이밖에 한미 외무장관회담에서는 남북한이 4자회담을 통해 평화조약 체제로 나아가는 문제가 거론됐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 아미티지 이외교 방문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실무 설계를 맡을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 내정자가 8일 새벽(한국시간) 워싱턴 메디슨 호텔의 이정빈 장관 숙소를 찾았다.

의회의 인준을 받지 않아 한ㆍ미 외무장관 회담에 참석하지 못한데 따른 비공식 면담이었다. 그는 의회 청문회를 앞두고 행동이나 발언을 자제하고 있어 '햇볕정책 용어폐기 요구'를 둘러싼 국내 언론의 보도 내용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이 남북문제에 있어 한국을 어렵게 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그 동안의 남북 관계 진전을 높이 평가한다"는 말로 한국 정부 대북 정책의 비판자로 비쳐진 데 대한 입장을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한 관계자는 아미티지 내정자가 최근 "1년반 전에 햇볕정책보다는 포용정책이라는 용어가 적절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국 정부가 이를 수용해 고맙게 여기고 있다는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고 말한 것을 제3자를 통해 확인했다고 전했다.

워싱턴=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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