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은 7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야당에 대한 공세를 최대한 자제하면서 정국 전반의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는 데 역점을 뒀다.'올 한해 동안 정쟁중단 선언 제의' '야당 총재의 방북 및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의 회담 제안' 등은 특히 무게가 실린 대목들이다.
이는 정쟁중단을 통해 경제회생과 민생안정의 발판을 마련하고 남북관계에서도 여야가 함께 가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연설은 "우물안 개구리처럼 바깥 세상에 빗장을 걸어 놓고 싸움질만 하다가 나라를 빼앗긴 선조의 전철을 되풀이 하지 말자"는 자기 반성으로 시작됐다.
자기 반성은 "여러 개혁을 추진하면서 때로는 미숙했고 때로는 철저하지 못했다"는 '국민의 정부' 집권 3년 동안의 자성(自省)으로 이어졌다.
한 최고위원은 그러나 이 같은 자성을 바탕으로 "변화와 개혁은 우리 국민의 역사적 과업이자 국민의 정부의 숙명적 과제"라면서 보다 철저한 개혁을 다짐했다.
이 같은 기조 위에서 한 최고위원은 "좋은 정책과 대안을 갖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경쟁을 하는 정치를 하자"고 전제, "국회가 그 마당이 돼야 한다"며 야당의 진정한 협력을 호소했다.
"야당이 정권의 실패를 기대해서도 안되지만 국가의 실패를 바라는 것은 더욱 안될 일"이라고 야당에 대한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한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경제와 민생 문제에 관해서는 여야가 없다고 말한 충정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면서 정쟁중단을 거듭 촉구했다.
경선 1위의 최고위원으로 대표 연설에 나선 한 최고위원의 '자기 목소리'는 야당 총재의 방북 및 김정일 위원장과의 회담 주선 제안에 잘 드러나 있다.
한 최고위원은 "우리 당과 정부는 (야당 총재와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기꺼이 도울 용의가 있다"고 말한 뒤 "남북의 지도자가 자주 만나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토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원고에 없는 내용을 덧붙일 정도로 공을 들였다.
한 최고위원은 연설이 끝난 뒤 "야당의 지도자도 국가의 지도자"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야당의 자세변화를 기대했다.
그러나 안기부 선거자금 사건에 대해선 단호한 입장을 견지했다. "국가안보를 위해 써야 하는 예산을 횡령, 선거자금으로 쓴 불법적 사건을 정부가 어떻게 덮어 둘 수 있는가"라고 주장하자 야당 의석에선 "그만하라" "무슨 횡령이냐"는 야유와 고함이 터졌다.
이 바람에 연설이 잠시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한 최고위원은 연설 전반에 걸쳐 ▦경제개혁과 구조조정 마무리 ▦실업자 및 서민대책 강구 ▦주식시장과 중소기업 회생 ▦효과적인 교육환경 조성 등 여당의 집권 후반기 청사진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한나라 반응
한나라당은 7일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의 대표연설에 대해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대독(代讀) 연설로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깎아 내렸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논평에서 "나름대로 진일보한 현실인식을 가지려고 노력한 부분이나 정부여당의 책무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정쟁중단과 경제살리기 주장은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주장과 동일한 것으로 지당하다"고 말했다.
권 대변인은 그러나 이 총재의 방북권유에 대해서는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하다"며 냉랭하게 반응했다.
또 안기부 선거자금 사건과 관련해서는 "수사 중인 사건이고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한 상황에서 예산횡령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면서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이어 검찰과 재판부에 또 한번 압박을 가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재오(李在五) 제1사무부총장은 "여당의 철학이 담긴 것도 아니고, 비전도 찾아 볼 수 없다"고 혹평했고, 이한구(李漢久) 제2정조위원장은 "상임위 발언 수준을 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야당은 죽이고 자기만 살겠다'는 발상을 바꾸지 않은 채 정쟁 중단을 주장하는 것은 립 서비스에 불과하고, 야당에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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