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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脈을 잇자 / (上)백두대간 8km마다 '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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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脈을 잇자 / (上)백두대간 8km마다 '토막'

입력
2001.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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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에서 설악산으로 이어지는 해발 1,013m의 구룡령. 강원 양양군 서면에서 홍천군 내면으로 넘어가는 56번 국도가 뚫린 뒤 산허리마다 허연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경북 문경시 문경읍과 충북 괴산군 연풍면의 경계를 가르는 이화령(해발 530m)에도 3번 국도가 개설된 후 장엄한 백두대간의 모습은 사라지고 동물들은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남한만 총연장 670㎞인 백두대간에 개설된 도로는 80여곳. 8㎞마다 산맥이 잘려나가고 송전탑건설과 광산개발 등으로 곳곳이 파헤쳐져 더 이상 백두대간이 아니다.

한반도의 등뼈가 드러나 버린 것이다. 이젠 동ㆍ식물의 마지막 피신처인 비무장지대(DMZ) 조차 개발의 삽질로 위협받고 있다.

그나마 남은 생태계도 조각조각 단편화돼 소멸될 위기에 처했다. 환경부는 야생동물들에게 살길을 열어주기 1997년부터 산이나 계곡을 관통하는 개발사업을 시행할 경우 동물 이동통로를 설치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3년여 동안 만들어진 이동통로는 지리산 시암재 등 전국에 10여곳으로 모양새에 불과하다.

토종 동식물이 사라지고 멸종위기종을 역수입하는 지경인 데도 정부대책은 제자리걸음이다.

북한산에 자생하는 정향나무는 미국으로 유출돼 '미스킴 리일락'으로, '변산바람꽃'은 일본 꽃시장에서 고가에 판매되고 있지만 얼마나 많은 생물종이 유출되었는지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생물다양성협약이 체결된 이후 미국(1,176개), 일본(150개), 멕시코(10개), 수단(7개), 대만(2개) 등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생물표본관을 건립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총 340만종 20만종만 대학 등 민간에 위탁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올해에도 환경과 함께 경제를 살리겠다는 '두마리 토끼 쫓기식'환경정책을 내놓았다.

대규모 개발사업을 시행할 경우 생태보전협력기금을 부과하는 제도는 건설산업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지연되다 올해부터 도입했지만 정작 대규모 도로개설 등 환경파괴의 주범인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50%를 감면해주고 국방관련 사업은 전액을 면제하고 있다.

정정화기자

jeong2@hk.co.kr

■도로는 동물에 '죽음의 길'

▲ 8㎞마다 잘라진 백두대간▲

백두대간의 주요 고개마다 포장도로가 개설되면서 생태계가 단절되고 있다. 대부분의 포장도로는 해발 500m이상 고산지를 가로지르고 있고 성삼재(1,060m), 구룡령(1,013m), 두문동재(1,268m), 정령치(1,172m) 등 4곳에는 해발 1,000m가 넘는 험산준령이 잘라져 나갔다.

미시령 한계령 등 30여곳은 야생동물이 도저히 건널 수 없는 거대한 장벽을 이뤄 생태계의 고리를 끊고 있다.

주로 7부나 8부 능선에는 환경영향평가도 받지않은 총연장 1만여㎞의 임도 25개가 들어서 야생동물들의 이동을 가로막고 있다. 야생동물보호연합 한상훈(韓尙勳) 상임대표는 "한반도 동식물의 주요한 서식처이자 연결고리인 백두대간이 생태적 기능을 상실하고 고립된 개별 산들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두대간은 도로 뿐아니라 송전탑 건설(12곳), 광산개발(12곳), 댐건설(4곳), 위락단지조성(4곳) 등 마구잡이 공사로 속살을 드러낸 채 중병을 앓고 있다.

▲ 쓸모 없는 생태통로▲

지난 주말 정모(31ㆍ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씨는 경기 의왕시 고천동-화성군 봉담면간 4차선 고속도로를 달리다 차앞으로 뛰어든 족제비를 보고 급정거하느라 큰 사고를 낼뻔했다. 영동고속도로는 4차선으로 확장된 이후 주행속도가 빨라지면서 차에 치여 죽은 청솔모, 다람쥐 등 야생동물이 부지기수다.

야생동물들의 '횡사'를 막기 위해 개설한 이동통로는 동물들이 외면하고 있다. 경기도가 30억원이나 들여 만든 고색-의왕간 오봉산 이동통로는 위치선정 잘못 등으로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이다. 정씨가 족제비를 발견한 곳은 이동통로가 설치된 곳과 불과 1㎞ 떨어져 있었다.

환경부가 해발 850m의 지리산 시암재에 1998년 최초로 설치한 터널형 이동통로는 폭이 6m, 길이 20m로 협소하고 통상 해발 1,000m이상에 서식하는 반달곰 등 포유동물이 이용하기에는 무용지물이다.

그나마 서울외곽고속도로와 남부순환도로 등에는 이동통로조차 마련되지 않고있다. 백두대간에 설치된 이동통로도 지난해 완공한 구룡령을 합해 2곳뿐. 건설교통부는 올해 한계령, 죽령, 육십령 등 세 곳에 설치할 계획이지만 나머지는 언제쯤 생명길이 열릴지 아득하다.

한국도로공사 기반연구실 관계자는 "선진국에서는 도로공사시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반드시 설치해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공사비 부담으로 꺼리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 DMZ도 위태롭다▲

남북 생태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비무장지대(DMZ)의 생태계도 단절위기에 처해있다.

정밀한 생태조사조차 실시하지않은 상태에서 경의선 복원과 도로개설로 파괴의 손길에 노출되고 있다.

환경부는 민간전문가들과 공동조사단을 구성, 지난해 9월부터 7차례 현지조사를 벌여 습지보호를 위한 교량설치와 이동통로 개설이 필요하다는 대책을 마련했으나 건설교통부와 국방부의 반대로 차질을 빚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교량설치와 양서ㆍ파충류를 위한 암거식 이동통로 개설에는 합의했으나 야생동물이 다닐 수 있는 터널식 이동통로에 대해 국방부가 군사작전상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이달말까지 생태조사를 마무리하고 3월 중순 환경영향평가를 협의해 땅이 풀리는 3월말 본 공사에 착공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혀 형식적인 영향평가가 될 공산이 크다.

정정화기자

jeong2@hk.co.kr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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