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열린 한ㆍ미 외무장관 회담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에 따라 예상되는 양국간 대북 정책의 틈새를 사전에 차단하고 향후 한ㆍ미간의 굳건한 공조 속에 대북 포용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기틀을 다진 자리였다.외교부 관계자는 "미국의 '신(新) 대북정책'이 수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동안 개인 차원의 말들이 잘못 전달됨으로써 적지 않은 오해를 낳았다"며 "양국 정부가 대북정책의 추진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넓힌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남ㆍ북 관계 평가
콜린 파월 장관은 남북 정상회담 후 남북 관계의 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함으로써 향후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에 힘을 실어주었다. 특히 파월 장관은 우리 정부의 대북 화해ㆍ협력 정책에 대해 확고한 지지와 대북 정책의 중심이 한국에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이를 둘러싼 한ㆍ미간 갈등 소지를 상당 부분 불식시켰다. 그러나 미측은 북한의 본질적 태도 변화에 대해서는 평가를 유보했다.
이는 엄격한 대북 상호주의 적용 등 공화당 강경파의 입김이 어떻게 투영될 지 좀 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한ㆍ미 공조
미 행정부의 외교 진용이 갖춰지는 대로 양국 당국간 고위급(차관보급) 협의체를 가동하는 등 협력 체제를 강화키로 한 것은 향후 대북정책이 양국간 튼튼한 정책 공조 속에서 추진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한ㆍ미ㆍ일 3자 정책조정그룹(TCOG)회의 등 3국간 협력 체제를 지속하기로 한 점도 미국의 대북 정책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남북 관계 진전과 북ㆍ미, 북ㆍ일간 관계정상화 사이에 속도차가 현저해 질 경우 3국 협력체제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ㆍ미 정상회담
양측은 두 정상이 한반도 정책에 대한 큰 틀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조기에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데 합의했다. 미측은 가급적 3월 초순에 개최하자는 우리측 제의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나 행정부간 입장 정리의 필요성을 들어 시기를 못박지는 않았다. 다만 '3월 중 이른 시일 내' 개최의 원칙에는 이견이 없었다는 게 당국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미측이 이번 회담에서 일정을 확정함으로써 굳건한 양국 동맹 관계를 새출발하는 계기로 삼았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한미 외무장관 이모저모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 후 18일 만에 얼굴을 맞댄 한ㆍ미 외교 사령탑은 시종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양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진지하게 의견을 나누었다.
○.이정빈(李廷彬) 외교통상부 장관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간의 회담은 7일 밤 11시(이하 한국시간ㆍ현지시간 7일 오전 9시) 워싱턴 국무부 내의 귀빈식당에서 '늦은 조찬'을 겸해 1시간15분 정도 열렸다. 당초 양측은 8일 새벽 0시30분부터 45분 가량 만나기로 했으나 미측이 시간을 늘려 조찬을 겸한 회담을 갖자고 수정 제의했다.
○.회담은 이 장관이 대북 포용정책의 성과와 향후 과제, 남북 정상회담 이후의 남북관계 진전, 북한의 개혁ㆍ개방 움직임 등을 설명하고 파월 미 국무장관은 주로 청취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파월 장관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대 북한 구상'과 북한의 요구 사항 등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으나 북한의 미사일 개발의혹 등에 대한 검증과 대북 상호주의의 엄격한 적용 등 미묘한 사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향후 대북정책 수립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회담에 참석한 실무진의 경우 우리 대표단은 최근 인사로 새롭게 진용이 짜여진 반면 미측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인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제임스 켈리 동아ㆍ태담당 차관보 내정자 등의 인준이 늦어지면서 파월 장관의 참모진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머스 허바드 차관보 대행, 찰스 카트먼 한반도 평화회담 담당대사 등 미측 배석자 중 일부는 교체된다. 우리측에서는 임성준(任晟準) 차관보, 김성환(金星煥) 북미국장, 김규현(金奎顯) 북미1과장 등이 배석했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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