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만에 필드를 찾는 골퍼들이 많을 것이다. 눈 속에서도 골프를 친 마니아도 더러 있겠지만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린 올 겨울에는 대부분의 골프장들이 문을 닫는 바람에 많은 골퍼들이 두세 달 동안 필드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몇 달 만에 찾는 골프장은 그러나 예전의 골프장이 아니어서 수많은 골퍼들이 희비에 휩싸이고 혼란에 빠진다.
예전의 실력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는가 하면 가망 없어 보이던 하수가 어느새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기적을 목격하기도 한다.
결코 무너질 것 같지 않던 싱글들도 전 같지 않은 감각과 흐트러진 스윙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일이 벌어지고 옛날 실력을 기준으로 내기를 했다가 예상 밖의 결과를 빚기도 한다.
골프장은 그대로이지만 몇 달 만에 골프장을 찾은 골퍼들이 예전의 골퍼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내가 아니라고?' 그렇다. 긴 겨울을 보내고 첫 티잉그라운드에 선 당신은 분명 지난해의 당신이 아니다. 더 나아졌든, 더 나빠졌든 당신은 변했다.
제대로 라운드를 할 수 없었던 겨울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올해 첫 라운드, 그리고 올해 내내 당신의 골프는 결판이 난다.
긴 겨울 내내 연습장을 다니며 잘못된 스윙을 고치고 감각을 익혀온 사람은 새봄 필드에서 새로운 골프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가 하면, 필드에 나갈 수 없다는 이유 만으로 골프가방을 내팽개쳐두고 지내다 필드에 나간 사람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참담함을 맛보게 된다.
예전에 점수를 주고도 쉽게 이겼던 하수에게 보기 좋게 당하고 이를 만회하려고 기를 쓰다 더욱 비참한 모습으로 추락하고 만다.
기초체력을 다진다고 골프를 접어둔 채 등산이나 스키 등으로 체력단련에 힘을 쏟은 사람 역시 혼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하체가 단단해지고 지구력도 좋아졌겠지만 가장 중요한 골프의 감각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감각을 되찾을 때까지 한두 달 고생을 각오해야 한다. 등산이나 스키를 하면서도 틈틈이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면 가장 무서운 다크호스로 부상할 것이 틀림없다.
모처럼 필드에 나가는 골퍼들은 절대 옛날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자신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할 수도 있고 옛날에 얕보았던 하수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당신을 놀라게 할 수도 있다. 그것은 필드의 쿠데타다. 긴 겨울을 편하게 지냈다면 이 쿠데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편집국 부국장=방민준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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