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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신' 부도 피해 / "못먹고 모은 피같은 돈…" 애타는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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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신' 부도 피해 / "못먹고 모은 피같은 돈…" 애타는 절규

입력
2001.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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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중구 을지로2가 외환은행 본점 앞. 한국부동산신탁의 부도로 분양대금을 송두리째 날릴 위기에 처한 경기 분당테마폴리스 계약자 1,700여명 가운데 300여명이 상경, 저마다 절박한 사연들을 쏟아내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빚더미 앉은 장애인 부부 "막일하며 한달 5만원으로 생계"

시각 장애인 부부 신장원(58), 길옥순(60)씨(윗사진). "연탄배달, 화장실청소, 쓰레기수집, 지하철구걸 등 닥치는 대로 막일을 하면서 5만원으로 한달을 살며 힘들게 모은 피 같은 돈입니다.

'공기업이니 걱정 말라'며 모자란 대금을 대출까지 해주고선 이제 와서 나몰라라 하다니 이럴 수 있는 겁니까."

부부는 1994년 1억3,000만원에 5평짜리 상가 2개를 계약했다. 이를 재임대하면 월세 160만원은 거뜬히 받을 수 있다는 말에 평생 모은 재산 8,000만원을 모두 털어 넣고 모자란 대금은 한부신에서 대출받고 사채까지 빌렸다.

계약후 완공이 자꾸 지연되면서 빚이 늘어 불안할 때마다 "나라에서 책임지니 걱정말라"는 한부신측의 말에 애써 마음을 놓았다.

계약 당시 1,000만원짜리 전세방까지 빼 마땅한 거처도 없는 부부의 가장 큰 걱정은 지난해 교통사고 후유증을 겪고 있는 아들(25)의 수술비.

길씨는 "세식구가 1kg짜리 밀가루 한포대로 한달을 버티느라 제대로 먹이지도, 입히지도 못했는데 이제 아파 누워있어도 병원 한번 제대로 못 데려가네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밀린 이자를 사채로 막다보니 이제 빚이 얼마인지도 모르겠다"는 신씨는 "한부신에서 어제 누님 댁에 빚독촉 전화를 했더랍니다. 인간의 탈을 쓰고 그럴 수 있습니까?"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전재산 날린 홀어머니 "집도 처분하고 딸집 얹혀살아"

전재산 1억3,000여만원을 분양금으로 투자한 김정림(金丁林ㆍ54ㆍ아래사진)씨는 1978년 이혼과 함께 맨 몸으로 네 남매를 홀로 키우며 커튼 장사, 방문판매 등 온갖 고생을 해온 지난날들을 서럽게 털어 놓았다.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요. 월셋방에서 단돈 만원이 없어 라면과 수제비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자식들 생각에 차마 어쩌지 못하겠더군요."

고등학교를 졸업한 딸들이 일을 거들면서 생활에 약간의 여유가 찾아온 뒤 김씨는 '정부가 보장하는 공사'라는 말에 94년 2월 분당 테마폴리스에 분양 계약을 맺었다.

주위의 도움까지 받아 그해 2,000만원을 냈고 95~97년 은행빚, 사채까지 모아 해마다 2,000만~4,000만원씩을 꼬박꼬박 부었다.

"오죽했으면 대학 다니던 첫째와 막내는 등록금이 없어 중퇴까지 했습니다. 작년엔 '돈을 다 내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한다'는 말에 마지막 희망이던 곗돈까지 털고 말았어요."

어렵게 마련한 아파트마저 처분하고 출가한 큰딸 집에 살고 있는 김씨는 최근 심한 스트레스로 고혈압과 잇몸이 주저앉는 병까지 앓고 있다.

"며칠전 친척이 부쳐준 50만원은 은행계좌에 들어오자마자 은행에서 부채상환이라며 빼갑디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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