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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기자의 패션벗기기] (17)럭셔리,럭저리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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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기자의 패션벗기기] (17)럭셔리,럭저리어스

입력
2001.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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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한국 현지법인 직영으로 전환하며 기자발표회를 가진 스위스 시계 '라도'의 로란드 스트레울레 본사 사장은 "한국 소비자들은 '럭셔리(고가)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커 고가 브랜드인 라도가 소비성향에 잘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은 사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지난 해 서울 청담동에 단독 매장으로 문을 연 루이 비통의 위그 윗보엣 아ㆍ태지역 지사장은 "청담동 매장은 아시아 최대규모(2,000㎡)"라고 자랑했습니다. 오픈 행사에는 홍콩의 기자도 취재차 방문했습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중요한(즉 매출이 2위이고 성장률이 높은) 시장이라는 것입니다. 루이 비통사는 드물게 매장 건물을 아예 매입하기까지 했습니다.

한 고가 보석ㆍ시계 브랜드를 들여 온 수입업체 관계자는 "첫 매장을 연 후 매출이 기대 이상이어서 굳이 서둘러 매장을 늘릴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덧 우리 소비자들의 '럭져리어스(사치스러운) 성향'은 해외에까지 소문이 자자해졌습니다.

수입 고가 브랜드를 추구하며, 그것도 계층에 관계없이 폭 넓게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외국인으로부터 스스럼없이 듣고 있는 겁니다. 때론 그저 브랜드 이름만 따지는 소비심리까지 간파한 모양입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명 브랜드들의 원산지 매장과,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제3국의 시장에는 우리나라(그리고 일본과 중국까지) 관광객, 보따리상이 득실득실하답니다.

어쨌든 기업들이 노다지 시장을 그냥 둘 리 없습니다. 해외 브랜드들은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면 속속 직영으로 전환합니다. 수입ㆍ유통업체들은 다시 알려지지 않은 명품을 발굴하려 분주하죠.

그런데 이 럭셔리 소비자의 나라에서 각광받는 것은 수입품 일색이군요. 물론 국내 브랜드 중에도 값비싼 고가 브랜드가 없진 않지만 해외 진출까지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패션산업뿐입니까? 소비재를 통틀어 해외에서 '럭셔리 브랜드'로 인정받은 '메이드 인 코리아'를 손꼽을 수 있을까요? 비싼 값을 제대로 못 하기 때문입니다. 유행에 발맞춰 국내 시장에서 성공할 수는 있지만 독창적인 매력 없이는 해외에서 팔리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고가 브랜드가 팔리는 것은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거치는 과정일 것입니다. 그 '럭셔리 소비자'들이 '한국산 럭셔리 브랜드'에 열광할 때는 언제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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