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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빌리 엘리어트 - "아빠, 난 정말 발레를 하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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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빌리 엘리어트 - "아빠, 난 정말 발레를 하고싶어요"

입력
2001.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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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형은 땅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빌리는 자꾸만 튀어 오른다. 침대에서도 길거리에서도 그는 자꾸만 솟구쳐 오른다. 그는 새처럼 날아 올라 춤을 춘다.'철의 여인' 대처가 집권하던 영국. 석탄을 캐는 광부들에게는 어려운 시절이었다. 강경 일변도의 노동정책은 수많은 노동자를 좌절시켰다. 그러나 '브래스트 오프' '풀 몬티' 에서처럼 이들은 역경 속에서 소중한 삶의 싹을 틔우고 키워낸다.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는 파업에 열성적으로 참가하고 있는 아버지, 형 그리고 치매기가 있는 할머니와 살고 있는 소년 빌리의 이야기이다.

"형, 죽음이 뭘까" 라는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 "입 닥쳐" 라고 말하는 형 토니(제이미 드레이븐)나 사내다운 운동은 권투가 다 인줄 아는 아버지 재키(게리 루이스), "발레를 하는 남자들은 다 호모" 라고 생각하는 친구들 틈에서 그가 발레의 꿈을 계속 키우기란 결코 쉽지 않다.

단순히 취향 문제가 아니다. 남성적 근력이 필요한 광부들에게 '계집애들이나 하는' 발레를 아들에게 시키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결단이 아니다.

어머니의 유품인 피아노 마저 도끼로 패서 땔감으로 만드는 것에서 물질과 정신의 궁핍이 극에 달했음을 알수 있다.

그러나 아버지는 역시 아버지이다.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고 나도 모르게 불이 되어 훨훨 나는 듯한' 춤을 추는 아들 빌리를 위해 아내의 유품을 팔고, '배신자'로 몰리면서도 일을 하러 나간다. 열 살 아들의 꿈을 위해 쉰 살의 신념을 꺾은 것이다.

궁핍한 사람들 얘기지만 연출력은 구질구질함을 털어버렸다. 빌리는 MTV의 화려한 영상으로 춤을 추고, 디스코 부기 스윙 탭댄스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빌리의 춤은 할리우드 영화의 매력적 요소를 담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광산 노동자들의 시위 장면에는 들고 찍기 카메라를 동원, 그들의 삶이 그저 화려한 주인공을 위한 배경이 아님을 보여 준다.

영국 북동부의 작은 마을 빌링햄 출신인 주연 배우 제이미 벨은 2,000명의 지원자 중에서 선발했다. 6세부터 춤을 시작한 제이미 역시 친구들의 놀림이 두려워 무용을 하는 것을 숨겨왔다.

'남자답지 못한' 꿈을 가진 소년의 고민을 일찌감치 체득한 탓인지 첫 출연에 믿기 어려울 만큼의 근사한 연기와 춤을 선보인다.

묵묵히 부성을 표현하는 아버지 역의 게리 루이스의 연기도 빛난다. 빌리를 지도하는 윌킨스 선생 역의 줄리 월터스는 올해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었다.

연극계에서 '젊은이를 열광 시키는 방법을 완벽히 알고 있는' 연출자로 소문났던 스티븐 달드리의 감독 데뷔작이다.

3월 아카데미영화제에서도 선전이 기대되는 작품. 꿈과 가족에 대해 결코 '지루하게 말하지 않는 영화' 를 아들딸과 함께 볼 수 있다는 게 행운이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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