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에 대한 성학대는 여자 어린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자 어린이들도 심각한 정도로 성폭력의 희생자가 되고있다는 정부기관의 첫 공식실태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있다.더욱이 남아에 대한 성학대는 여아에 대한 것보다도 빈도가 훨씬 높고 그만큼 후유증도 더 크다.
■ 형사정책연구원 첫 실태조사
한국형사정책연구원(원장 김경회)은 1998년부터 서울시립아동상담소와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한국이웃사랑회, 아우성상담소에 접수된 만 13세이하 아동들의 성학대 상담기록 300사례를 분석, 6일 이 같은 내용의 조사결과를 밝혔다.
■남아 피해 실태
조사 사례 중 남아가 성학대를 당한 경우는 26건으로 전체의 8.7%. 그러나 남성 지배적 성문화로 인해 남자 어린이들의 피해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제 피해비율은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아동의 연령은 만 7세~13세가 17명, 만 6세 이하가 7명으로 학령기 아동이 학령전 아동보다 2.4배 정도 많았으며, 평균 연령은 8.8세였다.
성학대 유형으로는 구강성교가 9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성기접촉(7건) ▦드라이 섹스(4건) ▦음란물 제공(2건) ▦자위행위(1), 나체노출(1) 등 순이었다.
■가해자 분석
가해자는 면식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24명ㆍ92.3%)이었다. 가족 등 친족이 10명(38.5%)으로 가장 많았고, 동네주민 8명(30.8%), 기타 아는 사람 6명(23.1%) 등으로 조사됐다.
친족중에는 친부 3명과 삼촌 2명을 비롯, 계모 숙모 이모 등이 포함돼 있으며 심지어 친모까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해자 중 여성의 비율이 34.6%(9명)로 전체의 3분의 1이 넘어 주목된다.
가해여성 대부분은 길게는 2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집요하게 남자 어린이들을 성적으로 괴롭힌 것으로 나타나, 통상 남성 가해자들의 학대가 1~2차례에 그치는 것과 대조된다.
여성들의 학대행위는 ▦어린시절 성적학대 경험 ▦강박적인 성적행동과 신체적 결함 ▦피해아동과 상대적으로 적은 나이차 ▦성적배출구가 차단된 사회적 조건 등이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 견해
전문가들은 남자 어린이들의 성학대 피해는 여아와 달리 성장 후, 또는 성장과정에서 연쇄적인 성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만큼 시급히 공론화해 예방대책 및 법적 조치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은영 연구원은 "남자아이들은 자립적이고 강인해야 된다는 사회인식 때문에 일을 당해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게 된다"며 "이를 방치할 경우 결국 남성성 정체감 손상으로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또다른 성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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