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맛있게 구사하기로 이름난 극작가 김태수의 신작 '꽃마차는 달려간다'가 덕수궁 옆 제일화재 세실극장에서 1일부터 관객을 맞고 있다.극단 로뎀이 주호성 연출로 공연 중인 이 작품은 감칠맛 나는 대사로 엮어진 짱짱한 대본과 호흡이 잘 맞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다.
평생 관을 짜며 살아온 고집불통 노인 순보(윤주상)가 주인공이다. 죽음이 다가오자 순보는 자신이 들어갈 근사한 관을 만든다.
"그동안 구질스럽게 살았대두 마지막은 그럴 수 없잖냐"면서. 그 관 앞에서 순보는 말한다. "다 떠나가는 거, 뭐가 그리 슬프고 안타까워서 우니? (중략) 단지 죽기보다 서러운 게 있다면, 그보다 더 아픈 게 있다면.
그러다 언젠간 사람들에게 영영 잊혀지고 만다는.그래서 기억할 수조차 없게 된다는 그 사실이 허무한 거지. 그래서 인간이 슬픈 거지."
여기서 죽음은 어둡지 않다. 오히려 퉁명스럽지만 속정 깊은 순보와, 그런 순보에게 살가운 우정을 보이는 중국집 주인 동춘(김익태), 늘상 타박을 받으면서도 아버지를 염려하는 딸 선주(박남희) 등 보통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훈풍처럼 무대를 감싸 삶도 죽음도 애틋하고 정겹다.
재치있고 익살맞은 대사에 웃음을 참을 수 없다. 그런데 맘이 짠해지는 걸 보면 극의 흐름을 제어하며 말을 주무르는 작가의 솜씨가 대단하구나 싶다.
배우들의 호연도 빼놓을 수 없다. 말 없는 귀신을 포함해 9명이 나오는데, 순보 역 윤주상의 노련한 연기가 압권이다.
다른 배우들도 독특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을 탄탄한 연기로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공연은 3월 11일까지 계속된다.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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