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실시된 이스라엘 총리 선거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리쿠드당의 아리엘 샤론 후보의 앞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샤론 당선과 정국 전망
샤론이 이번 총리선거에서 당선되더라도 연정구성과 크네세트(의회)의 연정 승인여부에 따라 그의 정치적 운명은 엇갈릴 수 밖에 없다. 이스라엘 역사상 처음으로 크네세트(의회) 선거 없이 총리 사임으로 실시된 조기 선거이기 때문에 당선이 곧 총리직을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선거법에 따르면, 샤론이 당선되면 공식 선거 개표 인증 시한인 14일부터 45일 내에 반드시 정부를 구성,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120명의 크네세트 의원 중 61명이 연정 구성을 불신임하면 총리 선거를 다시 실시해야 하며, 이 경우 샤론은 다시 실시되는 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박탈당한다.
이와 함께 샤론이 연정을 구성하더라도 내달 31일까지 정부 예산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켜야만 한다.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역시 총리 선거가 재실시될 뿐 아니라 의회도 해산돼 총선이 실시된다.
현재의 이스라엘 의회구성을 볼 때 샤론이 연정을 구성, 의회의 승인을 받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샤론의 리쿠드당을 비롯 정통토라당, 샤스당, 국민종교당 등 우파의 의석은 45석에 불과, 연정구성과 의회 인준에 필요한 61석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샤론은 선거 운동기간 중 최대 의석을 가진 노동당을 포함, 폭 넓은 연정 구성의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노동당측은 샤론이 중동평화협상과 관련, 온건한 입장을 취하고 극우 정당을 연립정부에서 배제할 경우에만 샤론이 추진하는 연정에 참여할 것이라는 밝혀 샤론의 연정계획이 실현될런지는 미지수이다.
노동당을 배제하더라도 지난 해 9월 이스라엘_팔레스타인 유혈충돌에서 아랍계가 13명이 숨진 것에 분노, 이번 선거를 보이콧한 아랍계 정당 등 여타 정당을 강경기조의 리쿠드 당이 주도하는 연정에 쉽게 참여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불투명한 평화
샤론의 또 다른 과제는 자신의 공약처럼 '선 안전, 후 평화'를 실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바라크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지난 5개월여간 계속된 팔레스타인과의 유혈충돌에 따른 국민의 증폭되는 불안감 때문에 패배했다.
샤론이 당선된 후 유혈충돌이 계속되고 이스라엘군과 민간인의 피해가 늘어난다면 샤론의 인기는 거품처럼 꺼질 수 있으며, 연정구성 자체가 어려워 질 수도 있다.
팔레스타인 이슬람 과격단체인 지하드는 이미 "수일 내에 이스라엘에 가장 고통스런 타격을 가할 것"이라며 테러 경고를 한 바 있다.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는 샤론과 팔레스타인내의 과격파 주도로 테러와 보복의 악순환이 계속될 경우 국내외의 여론은 샤론에게 등을 돌릴 수 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美 중동정책 변화예고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지금까지 명확하게 대 중동정책 방향을 밝히지 않았지만 중동 평화문제를 외교정책의 우선 순위에 두며 평화협상에 직접 개입했던 빌 클린턴 행정부와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을 거울 삼아 중동 평화협상에서 뚜렷한 성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 때까지 평화협상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등 제한적 역할을 하는 원거리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부 장관은 재임 기간 중 수시로 팔레스타인측과 이스라엘측 대표를 만나는 등 협상과정에 세세한 내용까지 일일이 챙겼지만 끝내 평화협상을 매듭짓지 못했다.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은 이 달 초 중동평화협상과 관련, "어느 한 문제에만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며 "많은 일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부시 행정부의 대 중동정책 방향은 국무부의 근동국이 중동평화협상을 고유업무로 추진할 것이냐, 데니스 로스 중동특사의 후임자로 누구를 임명할 것이냐 등에 따라 분명한 색깔을 나타낼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든든한 후원자로 역할하며 이스라엘이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것을 막아왔으나 부시 행정부는 적극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지 않을 것으로 보여 향후 이-팔 유혈 충돌과정에서 일방적으로 팔레스타인인의 피해가 나올 경우 이스라엘은 국제적 고립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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