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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파일 / 전주영화제 누굴 위한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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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파일 / 전주영화제 누굴 위한 영화제?

입력
2001.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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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겨우 한 번 치르고 일은 벌어졌다. 두번째 잔치를 석 달 앞두고 전주국제영화제(4월27일~ 5월3일) 프로그래머가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정확이 말해 한 사람은 해고이고, 또 한 사람은 그에 대한 항의 사퇴였다. 조직위원회(위원장 최민)가 지난해 11월15일 김소영(영상원 교수)씨를 해임시키자, 그와 함께 영화제를 이끌어왔던 정성일(영화평론가)씨는 계속 '복직'을 요구했다.

그러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는 지난달 30일 사표를 던졌다. 영화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과 사람이 좋아 함께 일하던 10여명의 프로그래밍 팀원, 홍보요원들도 모두 그만두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조직위측은 부랴부랴 프로그램 어드바이서로 퀴어영화제의 서동진씨와 프랑스 비평가 앙트완 코폴라를 영입해 이번 영화제를 치르는 고육지책을 선택했다.

김정수 사무국장은 "부문별 작품 안배는 바뀔 수 있지만 이미 준비가 마무리 단계에 있기 때문에 큰 차질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 영화제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 3인3색' 의 존 아캄프라, 차이밍량, 지아장커 감독의 경우 김소영 정성일씨와의 개인적 인연으로 참가하는 측면이 강한데다, 차승재 사이더스 부사장 역시 이번 사태를 보고 프로듀서와 제작지원(1억5,000여만원)을 그만둘 움직임이어서 파행운영은 불가피하게 됐다.

이런 사태는 영화제 출발 때부터 잠복해 있었다. '또 하나의 영화제' 가 아닌 디지털과 독립영화 중심의 '대안영화제' 를 표방한 전주영화제는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로서는 불만이 많았을 것이다. 15억원이 넘는 돈을 쓰면서 얻은 게 별로 없다고 분석한지도 모른다.

그들이 말하는 '얻은 것' 이란 문화 예술적 성과가 아닌 업적 자랑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지난해 첫 회를 끝내고 작품선정 등 핵심역할을 맡은 프로그래머들과 조직위 간의 갈등이 시작됐다.

전주시(시장 김완주, 전주영화제 명예조직위원장) 입장으로 보면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대안영화제를 표방했으니 대중성이 적어 대중의 참여가 적을 것이고, 자연히 영화 마니아들이 즐기는 행사가 돼 시민들에게 자랑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도 이런 비슷한 갈등을 겪었다. 그것을 규모와 힘의 분산으로 극복했고, 이제는 영화제 자체가 영화제를 끌어가는 방향으로 정착됐다.

전주영화제는 다르다. 성격 자체를 대안영화제로 정한 만큼, 지방자치단체가 바라는 대중성에는 한계가 있다. 그야말로 색깔 있는 영화제로 정착하는 길 뿐이다.

그러나 2회를 못 넘기고 비틀거리는 모습에서 그 가능성을 찾기란 쉽지 않다. "전주는 예향이고, 예로부터 영화의 고장" 이라며 자랑스럽게 영화를 위한 영화제를 한다고 떠들던 목소리도 사라졌다. 더구나 내년의 지방자지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사표를 던진 정성일씨는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영화제는 모두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를 그만 둔 정성일씨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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