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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어려워지는 은행 신용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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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어려워지는 은행 신용대출

입력
2001.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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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K사에 다니는 김모(34)씨는 최근 평수를 조금 넓혀 새 전셋집을 구하려다 낭패를 봤다.자금이 2,500만원 가량 부족했지만 "신용에 큰 문제가 없으니 대출을 받으면 되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다 결국 이사를 포기했다.

김씨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평소 급여 이체가 되는 거래은행. 하지만 대출창구 직원은 "신용으로 받을 수 있는 대출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씨의 신용대출 한도가 1,000만원이지만 마이너스 대출로 500만원을 이용하고 있는데다 두차례 연체 전력이 있어 더 이상 신용한도가 남아있지 않다는 얘기였다. 몇군데 다른 은행들을 돌아다녀봤지만 답변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은행 직원이 제시한 조언은 보증인을 2명 이상 세우든지 아니면 담보를 제공하라는 것.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부동산이 없는 탓에 겨우겨우 직장 동료 2명을 설득해 보증을 세우기로 했지만 역시 허사였다. 2명 모두 신용한도가 꽉 차있어 더 이상 보증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은행권이 여전히 신용보다 담보다 보증 대출에만 혈안이 돼있어 신용사회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선진 금융기관의 경우 대부분 신용대출을 기본으로 하고 신용도가 떨어질 경우 보완적으로 보증이나 담보를 요구하는 반면 국내 은행들은 안전한 담보나 보증 대출 확대에만 급급하고 있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미은행은 지난해 10월말 8,198억원에 달하던 신용대출이 1월말 현재 7,154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부동산 담보 대출은 1조8,789억원에서 2조88억원으로 늘어났다.

국민은행도 무보증 신용대출이 1999년말 2조3,031억원에서 지난해말 2조8,154억원으로 22.2%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연대보증 신용대출은 43.7%(3조156억원 → 4조3,337억원), 부동산 담보대출은 35.2%(5조4,002억원 →7조3,003억원) 등으로 크게 늘어났다.

외환은행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99년말 신용대출과 부동산대출이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44.1%와 42.9%였지만 지난해말에는 40.5%와 44.4%로 크게 역전됐다.

유동성이 넘쳐나는 시중은행들이 담보 대출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최근 마케팅 활동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올들어 신한ㆍ한미 등 대부분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때 설정비를 면제해주고 있고, 조흥은행이 대출만기일까지 금리가 고정되는 'OK 고정금리 주택대출'상품을 시판하는 등 각종 담보대출 신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반면 신용대출의 경우 엄격한 신용관리를 통해 오히려 규모를 축소시키고 높은 차등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물론 신용관리를 엄격히 해 부실대출 규모를 줄이는 것도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무작정 담보나 보증 대출만 늘리는 안일한 여신운영을 할 경우 서민들이 고금리의 사채 등을 찾게 돼 오히려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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