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FM 방송국이 3월 초 개국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1월 17일부터 시험방송에 들어가 방송장비의 성능과 수신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1998년 4월 문화관광부가 대통령에게 국악 FM 방송국 설립 계획을 보고한 지 3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
국악 FM 방송은 서울ㆍ경기 지역에 출력 5 kW, 주파수 99.1 Mhz와 전북 남원 일원에 1 kW, 95.9 Mhz로 하루 21시간(새벽 5시~다음날 새벽 2시) 내보낸다.
국립국악원이 설립한 재단법인 국악방송(이사장 윤미용ㆍ국립국악원장 겸임)이 운영하며, 스튜디오와 조정실은 서울 서초동의 국립국악원 내 국악박물관 2층에 있다.
남원 지역은 송신소 설치가 덜 끝나 5월부터 방송한다. 장기적으로는 전국으로 가청권을 확대하고 인터넷방송과 위성방송도 검토하고 있다.
방송 내용은 국악을 중심으로 전통문화 전반을 다룬다. 편성제작팀장 채치성 PD는 "국악 애호가만 듣는 방송이 아니라 일반 대중이 즐겨 듣는 방송을 만들겠다"며 "어린이와 일반인을 위한 교양ㆍ교육용 프로그램을 위주로 전문 감상용 프로그램, 국립국악원의 공연 실황 중계, 주부ㆍ운전자ㆍ노년층ㆍ농어촌 주민 등 대상별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최초의 국악 전문 PD로 20년 가까이 방송 제작과 진행을 해온 베테랑. 유명한 국악가요 '꽃분네야'등의 국악 작곡가 겸 지휘자로도 활동해 왔다.
국악 FM 방송국은 최소한의 예산과 인력으로 출발한다. 설립 예산은 24억원으로 방송광고공사, 마사회, 문예진흥원에서 지원 받았다. 운영 인력은 국악 전공자 6명이 포함된 PD 8명과 기술팀 5명. 초미니 방송국인 셈이다.
이처럼 적은 인력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은 무인 송출이 가능한 100% 디지털 방송이기 때문이다. '오디오 파일'이라는 방송 시스템을 활용, 음악과 음악 해설 등 모든 방송 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컴퓨터에 저장해서 꺼내 쓴다.
컴퓨터로 자료를 검색하고 편집해 입력하면 진행자나 엔지니어가 없어도 컴퓨터가 방송을 내보낸다.
자료를 찾느라 창고를 뒤지거나 PD가 스튜디오에서 자리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 음반이나 테이프를 트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여느 방송국에서 흔히 보는 턴테이블이나 CD 플레이어 같은 녹음 재생장치가 없다. 대신 디지털 믹싱 콘솔과 여러 대의 컴퓨터가 자리잡고 있다. 이 같은 100% 디지털 방송은 국내 처음이다.
기존 방송에서 국악 프로그램이 구색 갖추기식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악 FM 방송의 등장은 국악 대중화와 생활화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악 FM 방송이 국악과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는 간판 방송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것이 국악계의 바람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