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신탁 부도를 둘러싼 정부책임 및 피해보상 논란이 뜨겁다.상가 계약자 등 피해자들은 한부신이 공기업인 만큼 정부의 책임과 상응하는 피해보상이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당국은 사적 상거래에 대한 정부차원의 피해보상은 법적으로나 논리적으로 타당치 않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계약 당시 한부신이 공기업을 팔아 투자자들을 유인한 것으로 알려져, 정부가 감독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해석이 많다.
■피해보상 불가론
정부는 재정이든, 공적자금이든 한부신 피해에 대해 금전적 보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른 부실금융기관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서라도, 공적자금을 쓰자는 주장에 대해 정부는 "공적자금은 예금취급 금융기관만 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비록 신탁업법에 의해 설립된 금융기관일지라도 예금을 받지 않는 한부신은 투자자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잘랐다.
정부예산(재정자금)도 마찬가지.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분양계약은 '사인(私人)간 상거래행위'인데 그 피해를 재정으로 보전해주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치 않다"며 "몇몇 계약자들의 투자실패를 혈세로 메워주는 것을 과연 국민들이 동의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상거래에 대한 공적 피해보상은 구조조정과 도덕적 해이에 나쁜 선례가 된다는 것이다.
한 정부당국자는 "투자ㆍ계약의 책임은 전적으로 당사자에게 있다"며 "만약 정부가 금전적 보상을 해준다면 누가 구조조정을 하고, 투자책임을 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정부 무한책임론
한부신 부도 피해자들의 무기는 과거 정부가 5대 재벌그룹 계열사 청산 때 적용했던 '무한책임론.' 주식회사는 출자액만큼만 책임을 지는 '유한책임'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지만, 1999년 삼성자동차 정리때 정부는 삼성과 이건희(李健熙) 회장에 대해 채권단의 모든 결손을 메우라는 '무한책임'을 요구했다.
채권단이 삼성차 자체 보다 그룹 전체와 이건희 회장을 보고 대출했다한 게 근거.
재벌에 무한책임을 요구했다면 정부도 스스로 무한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한부신 자체보다는 공기업이란 사실을 믿고 투자한 만큼 모든 결손은 한부신의 주인인 정부가 '무한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한부신 부도로 피해가 가장 큰 경기분당 테마폴리스 상가계약자 대책협의회 이태희(李太熙) 대표는 "한부신이 공기업을 자처하면서 부동산신탁법에 의해 안전 관리를 내세워 계약을 권유했다"며 "이제 와서 형태상 주식회사이고, 사적 상거래이기 때문에 정부가 책임질 수 없다고 발뺌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기"라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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