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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올상금 10억고지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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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올상금 10억고지 넘본다

입력
2001.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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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만한 국내 바둑 시장에서도 과연 '10 억대'선수가 탄생할 수 있을까. 지난 해 상금랭킹 베스트 10에 오른 기사들의 상금을 모두 합치더라도 총액은 고작 14억 원 안팎. 세계 대회는 물론 국내 군소 기전까지 싹쓸이하지 않는 한 혼자서 1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인다는 것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에 가장 근접한 기사가 있다. '세계가 너무 좁다'고 느끼는 '세계 바둑 1인자' 이창호 9단이다.물론 지난 해는 그에게 최악이었다. 1995년 3억 2,600여 만 원으로 상금랭킹 1위에 올라선 뒤 한 번도 수위를 놓치지 않았던 그는 지난 해 처음으로 3위(2억 840만 원)로 내려앉았다. 국제대회에서 거의 초반에 탈락한 데다 국내 기전도 3개(기성ㆍ왕위ㆍ명인) 밖에 지키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판이하다. 우승 상금만 40만 달러(한화 약 4억 4,000만 원)에 달하는 '바둑 올림픽'제4회 잉창치(應昌期ㆍ잉씨)배와 제5회 우승 상금 2억 5,000만 원의 LG배 세계기왕전이 사정권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각각 결승, 준결승에 올라 있는 두 대회에서 1인자다운 실력만 발휘해 준다면 연초부터 무려 7억 원의 상금을 확보할 수 있다. 두 대회의 우승컵을 안았다고 가정할 때 역대 무대에서 초강세를 보여 온 일본 후지쓰(富士通)배(2억 원)나 삼성화재배(2억 원) 등에서 선전을 하고, 왕위(3,200만 원), 명인(2,800만 원), 기성(2,400만 원) 등 국내 타이틀을 방어만 해도 10 억 원의 문턱은 거뜬히 넘을 수 있다. 게다가 국가별 단체대항전으로, 전신인 진로배를 포함해 이제껏 단 한 번도 우승컵을 빼앗겨 본 적이 없는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1억 5,000만 원ㆍ우승시 1인당 3,000만 원씩 배분)도 수입에 적잖은 보탬이 될 듯하다.

이 9단의 공식 수입은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던 91년 1억 3,000만 원으로 처음으로 억대에 진입하더니 IMF 관리체제 직전인 97년 9억 3,500만 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주요 기전이 잇따라 축소ㆍ폐지되면서 개인 성적과 상관없이 연수입 10억대 돌파는 물 건너 가는 듯 싶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년엔 랭킹 1위 자리마저 내주어야 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도 되는 법.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잉씨배야말로 상승탄력을 잃은 그래프를 극적으로 반전시킬 수 있는 호재임에 틀림없다. 14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리는 결승대국(5번기 중 제3국)의 상대는 '공이증(恐李症)'중환자에 속하는 중국 창하오(常昊) 9단. 이미 2대 0으로 앞선 상황이어서 우승은 떼 논 당상이라는 게 중론이다. 조훈현(1회), 서봉수(2회), 유창혁(3회) 등 역대 우승자들의 무언의 후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8일 부산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리는 LG배 세계기왕전 준결승전 역시 전망이 밝다. 상대가 일본 랭킹 1인자 왕리청(王立誠) 9단이긴 하지만 99년 제4회 삼성화재배와 지난 해 잉씨배 토너먼트에서 만나 두 번 모두 이긴 바 있다. 더구나 LG배에선 1회와 3회 두 차례나 우승한 경력이 있어 기세상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는 상태다. 왕 9단보다는 오히려 준결승전의 저우허양(周鶴洋) 9단과 이세돌 3단 간의 대국에 신경을 써야 할 형편.

저우허양과는 세 번 싸워 세 번 모두 패배했으며 지난 해 국내 바둑MVP에 빛나는 '불패 소년'의 상승세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신산(神算)' 이창호도 요새는 욱일승천의 기세로 무섭게 성장하는 신예들에게 끊임없이 쫓기는 신세다. 그 부담감 때문인지 성적(올들어 3승 4패)도 예전 같지 않게 저조하다. 시장이 몇 갑절이나 커지지 않는 한 어쩌면 10억 원을 손에 쥘 수 있는 기회는 올해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2001년은 이창호에게 '도전의 해'이다. 천하의 이창호 9단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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