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구효서(41)씨의 신작 장편소설 '몌별(袂別)'(세계사 발행)은 미당 서정주 시인의 시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의 이 구절을 생각케 한다.
구씨는 '정별'이란 장편을 지난해 E북으로 발표한데 이어 이별을 다룬 삼부작의 두번째 작품으로 '몌별'을 썼다.
원래 몌별은 '소매를 붙잡고 놓지 못하는 안타까운 이별'이란 뜻이지만, 구씨는 그것을 '소매만 스치듯 섭섭히 작별하는 것'이라는 새로운 뜻으로 해석한다.
소설은 주인공 서현이 강선생에게 띄우는 편지글의 형식이다. 서현과 강선생은 그냥 소매만 스치듯이 단 두 차례 만났을 뿐이다.
한번은 서현의 대학 농활 활동중 시골에서였다. 두번째는 결혼을 앞둔 서현이 갑자기 그를 방문했던 잠시동안의 만남이다.
결혼 7년 동안 아이가 없어 입양할 결심을 한 서현은 불쑥 강선생을 다시 찾지만 그는 이미 6년 전에 고인이 된 뒤였다.
사고사로 알려졌지만 서현은 그의 죽음에 자신에 대한 사랑과 자신의 결혼으로 인한 상심이 개입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서현은 강선생이 죽던 해에 태어난 아이를 입양한다. 이승에서 그와의 사랑을 나누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
구씨는 "사랑은 숙명적으로 이별의 자리에서 바라보게 되어있다"며 "소매를 스칠듯한 작은 인연 속에서도 사랑은 얼마든지 우주만한 싹을 틔운다"고 말했다.
"인연에는 크고 작음이 없다며" 구씨는 서정적이고 섬세한 문체로 요즘은 가벼워져만 가는 사랑의 의미를 탐색했다.
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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