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큐어를 지울 때 사용하는 유기용제인 아세톤으로 새 플라스틱 주민등록증을 감쪽같이 위ㆍ변조해 범죄 등에 악용하는 사례가 잇따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는 5일 땅 주인의 주민증 등을 위조, 토지를 담보로 거액을 가로채려 한 김모(64)씨 등 5명을 공문서위조 등 혐의로 구속하고 황모씨 등 공범 3명을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해 10월초 서울 H대 이사장 김모(86)씨의 주민증을 위조, 인천 계양구 계산동에 위치한 김씨 소유 대지 700평(공시지가 19억원 상당)의 소유권을 이전한 뒤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10억원을 대출받으려 한 혐의다.
조사결과 이들은 일당 중 최고령인 정모(73)씨의 주민증 내용을 아세톤으로 지운 뒤 김씨의 인적사항을 기재, 법무사 사무실에서 김씨 행세를 하며 소유권을 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새 플라스틱 주민증에 아세톤을 떨어뜨린 뒤 헝겊으로 문지르면 이름, 주민번호, 주소 등 모든 내용이 지워진다는 허점을 이용, 인쇄소에서 실크인쇄한 제판을 이용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새겨넣는 수법으로 위조했다"고 밝혔다.
광주 동부경찰서도 이날 아세톤으로 자신의 주민증 번호를 지운 뒤 고쳐 사용한 박모(18ㆍ중국음식점 배달원)군에 대해 공문서 위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군은 자신이 어린 것을 숨기기 위해 아세톤으로 주민증 앞자리 번호를 변조해 사용해 오다 지난달 20일 자신이 일하는 음식점 주인에게 폭력을 휘두른 사건으로 경찰조사를 받다 변조사실이 들통났다
행자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새 주민증이 일부 화학물질에 약하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코팅처리 등 대책마련을 서두를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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