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주민에게 편지는 혈육간의 기쁨과 슬픔을 전하는 주요 전달 수단이다. 3차 적십자회담 합의에 따라 3월 15일 진행될 남북 이산가족 300명씩의 편지 교환은 북한 주민들에게 반세기만에 잊혀진 가족의 안부를 확인하는 또 다른 기쁨이 될 것이다.편지에 대한 북한 주민의 정서는 1960~1970년대 남한에서의 그것과 흡사하다. 전화나 컴퓨터통신이 없는 북한 일반 주민에게 아직도 편지는 따뜻하게 가족을 연결해 주는 끈이다.
양강도에서 거주하다 1997년 탈북한 김수정씨는 "헤어진 가족들의 안부를 전달하고 경조사를 알리는 수단은 사실상 편지와 전보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북한 전역을 누비는 통신원(우편배달원)을 보면 반색하는 광경이 편지에 대한 북측 주민의 정서라는 게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10전짜리 우표 1장을 붙이면 북한 어느 곳에나 배달되는 편지는 교통 사정, 특히 철도 사정과 관련이 깊다.
한 탈북자는 "90년대 이전 철도 사정이 괜찮았을 때에는 늦어도 보름이면 편지가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전기 사정 악화로 철도 여건이 나빠진 후에는 1달 이상 걸리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한다. 또 편지가 배달되지 않는 경우도 잦다고 한다.
배달 철도 열차 칸에 일반 주민들이 탑승하다 보니 우편물이 도난 당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는 증언도 있다. 배달 지연과 누락이 잇따르자 주민들은 편지 대신 인편을 통해 안부를 전하는 게 보편화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전보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1자 당 3전 정도 하는 비용으로 멀리 있는 가족에게 경조사를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보도 당일 내에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압록강변 혜산에서 황해도 옹진까지 전보가 배달되는 시간은 사흘 정도다.
편지에 관한 에피소드가 많은 곳은 역시 군대다. 펜팔을 통해 연애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군관 출신 탈북자 최중현씨는 "군대에서는 '10년 연애'라는 말이 있다"고 소개했다. 북한 병사들이 입대해 인민학교, 고등중학교 재학 때 사귀던 여자 친구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사랑을 키우는 풍속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하지만 10년 연애를 성공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군복무 10년 동안 여성이 '지조'를 지키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군에서는 편지 배달 기간이 일반 사회보다 길다. 검열이라는 추가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병사들은 제 때에 가족의 경조사에 참석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북한 우편 관련 기관을 총괄하는 중앙부서는 체신성. 평양과 직할시 각 도에는 우편국이, 군에는 체신소가, 읍ㆍ면에는 체신분소가 우편 업무를 취급한다. 남한에서처럼 거리 곳곳에 우체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체신소나 체신분소 앞에만 우체통이 있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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