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광우병 파동 여파로 우리나라에서 음식물 찌꺼기 사료를 사육한 소의 안전성이 도마에 올랐다. 음식물 찌꺼기에 먹다 남은 고기 등 동물성 성분이 포함돼 있어 광우병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농림부는 이 같은 소의 시중 유통 사실을 확인, 지난달 31일부터 소 사육농가에 음식물 찌꺼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이미 확인된 소는 정부가 전량 수매, 격리시킨 뒤 정밀 검사키로 했다.그러나 방역당국과 가축전염병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안심해도 된다"고 말하고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김옥경(金玉經) 원장은 "국내에서 아직까지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았고, 현재 쇠고기와 부산물의 수입이 허용된 지역도 미국, 호주 등 광우병 비발생 지역이기 때문에 설사 고기 찌꺼기를 일부 섭취했더라도 광우병 감염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지난달 30일 소집된 가축방역협의회에서 이미 육골분 등 동물성 사료의 사용을 금지한 만큼 예방적 차원에서 음식물 찌꺼기 사료의 사용을 금지했다"며 "광우병 보다는 오히려 음식물의 변질이나 부패로 인한 피해를 우려했다"고 밝혔다.
영국에서 처음 발생한 광우병은 '스크래피'라는 질병에 걸린 양의 부산물을 소에 먹인 것이 원인이 된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광우병의 병원체로 알려진 변형 프리온(단백질의 일종)이 양에서 소에게 감염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변형 프리온에 감염되지 않은 고기를 섭취할 경우 광우병이 걸릴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농림부는 소에 사용된 음식물 사료의 성분도 대부분 곡물이나 야채, 생선 찌꺼기 등이며, 육류 성분은 미량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영순 서울대 수의대학장은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가 유통된 것도 아닌데 과민반응을 하고 있다"며 "남은 음식물을 먹인 소를 먹더라도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봉환 경북대 교수도 "남은 음식물을 먹인 소가 광우병과는 관련이 없다고 확신한다"며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나 그 부산물이 유입됐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광우병의 감염원과 경로가 아직도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여서 감염 가능성이 있는 모든 경로를 조기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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