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갈은 기분이 나쁘면/ 제 독침으로 제 머리를 찔러 죽는다// 내 손끝에는 왜 독침이 없는가'(<독침> 전문)김철식(34) 시인이 첫 시집 '내 기억의 청동숲'(문학동네 발행)을 냈다. 독침>
시집의 서시 '독침'에서 보듯 그의 시어는 파괴적 자학의 언어로 들끓는다. '우리는 버-려-지고 싶다. 우리는 알았던 것이다.
모두들 여기서는 부재한다는 것을 아, 아무 날도 사라지고 없다'(<결국,가지 못한 곳이 있다> 부분). 결국,가지>
자아와 삶이 일치하지 못하는 젊은 날의 고통이 그의 시에서 치유 불가능한 상처처럼 드러난다.
'단 한 번도 진정으로 짖어본 적은 없다, 고 시간은 내게 말한다'(<개의 자서전> 에서)고 시인은 말한다. 개의>
무엇이 그에게 고통을 주는가. 386세대의 역사의식인가, 아니면 개인적 상실감의 과장된 몸짓일까. 그러나 원인을 따지기 전에 그의 언어는 강렬하다.
분출하는 언어는 그 자체 고통으로부터의 탈주의 과정이다. 그는 자신의 생을 '오랜 인질극'이며 '테러의 시간'이라고 말하고 있다.
'파탄이 곧 지속이며, 고통이 곧 위안이 된다'며 그는 '물 속은/ 표류자들만 쉬는 곳/ 한세상 떠돎이 가라앉는 곳'이라고 스스로 죽음을 꿈꾸기도 한다.
시집의 표제어 '청동숲'은 그가 통과해온 청춘의 시간이 보존된 공간이다. 고통의 밀도를 문학의 언어로 길어올린 그가 청동을 '기억'으로 두고 다시 어디로 떠날 것인지가 기대된다. 김씨는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96년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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