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사용하는 크레파스나 물감에서 살색이란 색명은 다른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름을 바꿔야 한다."인종차별 없애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경기 성남의 외국인 노동자의 집은 이렇게 강조하고 있다. 이런 운동을 벌여야 할 정도로 오늘의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심각하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3D 업종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 중소기업의 고임금 문제와 인력난을 해결 해 주고 있지만, 정당한 대가는 커녕 최소한도의 인권도 보장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에 김대중 대통령은 외국인 근로자를 차별하지 말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불법 체류자 단속과 외국인 근로자 권리보호는 별개의 사안이다.
■"전쟁으로 인한 반한(反韓)감정보다는 수교 이후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인 사업가들의 행태와 한국에 온 베트남 근로자 학대로 인한 반한 감정이 훨씬 깊고 큰 것 같습니다.
" 한국에 시집 온 베트남인 류티싱씨의 말이다. 지난해 7월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 앞에서는 한국에서 산업재해로 손발이 잘렸으나 보상을 받지 못한 70여명이 반한 시위를 벌였다.
그보다 한달여 전에는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대사관에 인도네시아인들이 난입해 대사관 현판을 떼 내는 등 소동을 부렸다. 교포 기업인이 현지 근로자들을 학대했다는 것이다.
■중국 동포들은 "당신들이 정말 우리와 피를 나눈 동포인가요"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얼마나 당했으면 이런 말을 할까를 생각하면 우리 자신이 몹시 부끄러워진다.
우리가 조금 잘 살게 된 것이 언제부터라고 이런 비인도적 행위를 마구 자행하는 것일까. 우리도 돈을 벌려고 뜨거운 사막에까지 나가야만 했던 경험이 있는데도 말이다. 살색 이름 바꾸기 운동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궁금하다.
/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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