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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크! 코리안드림] (6)청주SK 로데릭 하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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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크! 코리안드림] (6)청주SK 로데릭 하니발

입력
2001.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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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첫째, 로마군과 싸우기 위해 피레네와 알프스산맥을 넘었던 카르타고의 용장(勇將). 둘째, 프로농구 청주SK 나이츠의 외국인선수 로데릭 하니발(29).전자라면 당신은 구세대, 후자라면 틀림없는 신세대다. 골잡이라서가 아니라 상대골게터를 잘 틀어막아 재계약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수준급 농구팬이라고 해도 손색없다.

또 롱비치주립대를 졸업한 1994년 이후 대만(5년) 한국(2년째) 등 줄곧 아시아에서 활약한 전력까지 꿰뚫고 있다면 영락없는 SK의 열성팬일 것이다.

하니발은 현란한 공격보다 견고한 수비를 이끄는 첨병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창 대신 방패를 든 SK의 '흑기사(knight)'라고나 할까.

고교 때부터 늘 '수비제일(Defense first)'을 표방하는 감독에게 배운 그는 "단 2점을 넣더라도 상대방을 1점으로 틀어막을 수만 있다면 승리는 우리 몫"이라며 수비농구에 강한 애착을 보인다.

그가 공개하는 그림자수비의 비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상대의 속임수 동작에 당하지 말 것과 공을 쫓아다니지 말라는 것. 코트에서 하니발은 항상 자세를 최대한 낮춘 채 시선을 상대방의 배꼽부위에 고정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하니발의 진가는 단기전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대만 진출 첫 해 최우수선수상은 물론 소속팀 유롱 다이노스(Yulon Dinos)를 우승으로 이끌었고, 지난해는 SK에 챔피언 반지를 안겼다.

지난 시즌 한국에 오고부터 하니발은 날아갈 듯 기분이 좋단다. 대만에서 머문 5년동안 스쿠터를 타고 타이베이 시내를 관통해 체육관을 찾아다니고, 승강기도 없는 아파트 6층에 살면서 계단을 오르내리던 고생을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제일 견디기 힘든 건 미군기지가 없어 특별히 찾아갈 곳도 없었던 데다 영어로 의사소통하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한국에선 이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됐다. 요즘 그가 일주일에 한번씩 꼭 찾아가는 곳은 경기 오산시.

미 공군부대 근처의 미스터 시즈(Mr. C's)에 가면 흑인전통음식인 소울푸드(soul food)를 맛볼 수 있기 때문. 한국인에게 김치나 된장찌개가 힘의 원천이 듯 하니발에겐 돼지곱창이나 다리, 고구마, 옥수수 등으로 만든 흑인음식이 보약인 셈이다.

요즘은 팀 동료 재키 존스 부부도 항상 그와 동행한다.

"영리한 선수다." 최인선 SK감독이 하니발을 한 마디로 일컫는 말이다. 실제로 하니발은 뉴올리언스 딜러드대학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은 아내를 두고 있고 또 오프라윈프리북클럽에 가입해 책을 손에서 놓는 법이 없다.

"농구도 흐름을 잘 읽어야 하는 스포츠"라며 "신체적인 요소는 10%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지적인 선수가 바로 그다. 동료들 사이에서는 한국문화에 대한 적응이 빠른 '약삭빠른 친구'로 알려져 있다. 나이가 많은 동료에게 꾸벅 인사를 할 정도고 곧잘 루키들의 군기도 다잡는다.

코트에서 자주 흥분하는 불같은 성격이 단점으로 지적되곤 하지만 동료들은 "꼭 항의가 필요할 때를 아는 것같다"며 하니발의 손을 들어주었다. 아버지로부터 항상 강하고 영리한 이름에 맞게 살라는 훈계를 자주 들었다는 하니발. 그가 과연 SK를 2연패로 이끌 수 있을지 팬들은 주목하고 있다.

글=정원수기자nobleliar@hk.co.kr

●프로필

포지션: 가드, 포워드

생년월일: 1972년3월7일

신체조건: 193㎝, 85㎏

출신학교: 롱비치주립대

가족관계: 아내 앙트와네트 하니발

별명: 수비장군, 로드(Rod)

연봉: 7만 7,000달러(세금은 구단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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