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녹용을 좋아하는 민족도 드물다. 세계 녹용 거래량의 80%가 한국에서 소비되는 실정이다. 그런데 지난해 말 캐나다에서 '사슴 광우병'이 발생했다는 보도 이후 녹용 판매시장에 비상이 걸렸다.서울 권씨한의원 권용주 원장은 "캐나다산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도, 품질이 좋은 뉴질랜드산과 국산 녹용까지 기피해 보약에 녹용을 넣지 말라고 요구하는 환자들이 크게 늘었다"며 "올해 들어 녹용 처방이 20~30% 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우리한의원 김수범 원장도 "녹용의 안전성과 산지를 따지는 환자들을 설득하느라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경동시장의 한약재료 도매상들도 매출이 크게 줄어 울상이다. 동명약업사는 지난 달에 비해 녹용 매출이 30~40% 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농림부는 지난 해 말 캐나다산 사슴과 녹용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하지만 이미 캐나다산 녹용이 수입돼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데다, 캐나다산 사슴도 95마리나 수입된 것으로 알려져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과연 다른 수입 녹용은 먹어도 괜찮은 것일까. 녹용에 관한 궁금증을 알아본다.
Q. 수입 녹용은 안전한가
현재 유통 중인 캐나다산 녹용은 10~20% 정도. 과거 중국과 러시아산 녹용을 많이 쓰다가 요즘은 뉴질랜드산이 녹용 판매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설사 광우병에 걸린 사슴을 먹어도 소와는 달리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는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가 있다고 농림부는 밝혔다. 또 한약은 두 시간 이상 끓이기 때문에 광우병 매개체인 바이러스가 살아 남기도 어렵다. 광우병 바이러스는 130도 이상 끓이면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Q. 수입 녹용의 종류는
사슴은 일반인들이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다. 크게 엘크ㆍ마랄(러시아산), 적록(뉴질랜드산), 마록(중국산), 꽃사슴(한국산) 등으로 나뉜다. 그러나 산지보다는 사슴의 종에 따라 녹용을 구별하는 게 타당하다. 흔히 러시아산을 '원용', 중국산을 '깔깔이', 꽃사슴의 뿔을 '화용' 이라고 한다. 품종에 따른 약효 차이는 실험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크고, 굵고, 털이 짧은 녹용을 상품으로 친다. 러시아산이 뿔이 크고 질이 좋아 비싼 가격에 유통되고 있다. 사육이나 절단, 관리 등 전반적인 위생 측면에서는 뉴질랜드산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Q. 산지별로 약효에 차이가 있나
현재 시중에 공급되는 녹용은 산지별로 가격차이가 크지만, 품질면에선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991년 3월 발표된 국립보건원과 경희의료원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엘크, 적록, 마록, 순록(알래스카산)의 효능 차이는 별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적으로 이미 절단된 녹용의 산지를 최종 소비자가 직접 구별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산지별 효능 차이는 없는 대신 분골(뿔 위에서 3~5㎝), 상대(5~15㎝), 중대(15~30㎝), 하대(30㎝ 이하) 등 뿔의 위치에 따라 약효가 다른 만큼 잘 살펴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녹각의 가장 윗부분인 분골 및 상대가 약효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녹용은 부위에 따라 성분, 효능, 가격 등에 차이가 있고 복용하는 사람의 체질과 복용 목적과도 연관이 있으므로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Q. 좋은 녹용은 어떻게 구별하나
녹각의 경우 털이 짧고 회백색 털이 난 게 상품이다. 절단된 녹용은 절단면의 치밀도가 균질하고 가운데 구멍이 작을수록 약효가 우수하다. 전체 지름은 클수록 좋다. 냄새가 나지 않고 모양은 위에서 20㎝ 정도 부위가 Y자 모양으로 갈라진 게 좋다. 생용(生茸ㆍ마르지 않은 것)을 건조하면 무게가 3분의 1 정도로 주는데, 잘 마른 것을 선택해야 한다.
Q. 부위별 가격 차이는
국내에선 전통적으로 러시아 및 중국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이 지역 녹용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약효는 녹각 가장 윗부분의 분골을 최고로 친다. 성장호르몬이 함유돼 있어 가격이 상대의 두 배나 된다. 분골은 대개 흰 색이며 굵기가 가늘고 조직이 치밀하다.
상대는 비교적 조직이 치밀하고 연한 갈색을 띤다. 조혈 작용을 하며 가격은 중대의 두 배 정도. 중대는 가운데에 구멍이 있고 나이테 같은 줄이 보인다. 색은 대체로 붉다.
상대보다 약효가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하대는 큰 구멍이 숭숭 뚫려 있고 흰 갈색을 띤다.
Q. 녹용은 누구에게나 효과가 있나
녹용이 모든 사람에게 다 맞는 것은 아니다. 체질에 따라 효과가 있는 경우가 있고 도리어 해로운 경우도 있다. 몸이 차고 근육이 발달한 태음인에겐 효과적이지만, 몸이 덥고 체격이 가냘픈 소양인에게는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Q. 녹용 복용을 피해야 하는 경우는
체질에 맞지 않는 환자에게 녹용을 쓰면 발열, 코피, 두통, 설사 및 소화불량, 구토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는 복용을 중지하고 감초 달인 물이나 녹두죽 등을 먹이는 게 좋다. 이런 부작용을 피하려면 철저한 체질감별 및 적절한 가감(加減)처방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뚱뚱하고 소화불량인 사람 ▦두통이 심한 사람 ▦몸에 열이 많은 사람 ▦감기나 알레르기 증상이 있을 때 ▦코피 등 출혈성 질환이 있는 사람 ▦생후10개월 미만의 아기 ▦몸이 붓거나 간(肝)질환이 심한 사람 등은 녹용을 먹지 않는 게 좋다.
Q. 복용할 때 주의할 점은
녹용을 먹을 때는 청량음료나 김, 미역 등 요오드 함유 식품을 피해야 한다. 실험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지만, 예전부터 요오드는 녹용의 조혈작용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녹용은 1년에 자기 나이만큼 먹는 게 원칙이다. 즉 두 살은 두 첩, 네 살은 네 첩을 먹이되, 1년에 두 차례씩 절반으로 나누어 먹이는 게 좋다.
먹는 도중 설사를 한다면 체질에 맞지 않거나 용량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 때는 하루 쉬었다가 다음 날부터 절반씩 줄여 먹이는 게 좋다. 그래도 약효에는 지장이 없다. 녹용은 말려서 복용하는 게 효과가 좋다. 잘 건조된 상태라면 냉장고보다는 서랍 속에 보관해야 한다. 반찬 냄새가 배면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단 생용이라면 냉동칸에 보관하는 게 좋다.
고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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