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때아닌 쥐' 도심에 들끓는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때아닌 쥐' 도심에 들끓는다

입력
2001.02.06 00:00
0 0

회사원 오모(30ㆍ서울 성북구 정릉1동)씨는 요즘 퇴근길은 '괴기영화'같은 장면 때문에 늘 공포다.수십마리의 쥐들이 인기척에도 아랑곳 없이 집 근처 쓰레기 수집소로 떼지어 몰려다니기 때문. 성인 팔뚝만큼씩 살이 올라 웬만한 담력있는 장정들도 기겁을 하기 일쑤다.

그렇지 않아도 홍역, 이질, 말라리아 등 후진국형 질병들이 다시 급속도로 번져 시민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판국에 사라졌던 쥐들이 도심 곳곳으로 돌아오고 있다.

■ 실태 및 원인

해충방제 전문회사 CESCO에 따르면 매월 평균 300∼500여건, 많을 때는 무려 1,000여건의 '쥐떼 출몰'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

신고 건수가 이 정도면 실제로 쥐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가정은 엄청난 숫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또 서울시내 각 소방서에도 "쥐들이 전선을 갉아먹어 합선(정전)이 됐다"며 쥐 구제를 요구하는 민원이 주택, 사무실, 공장 등으로부터 끊이지 않고 접수되고 있다.

CESCO측은 "쥐의 번식력이 워낙 강한데다 은신처와 먹거리가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추정된다"며 "지하철, 대형건물의 지하에서 서식하는 쥐들이 포화상태에 이르면 자연스럽게 주택가로 활동영역을 넓히기 마련"이라고 우려했다.

■ 문제점

쥐로 인한 질병은 헤아리기도 버거울 만큼 다양하다. 유행성 출혈열, 렙토스피라증, 페스트, 쓰쓰가무시병 등은 쥐의 배설물과 벼룩, 쥐에 기생하는 진드기 등을 통해 감염돼 오한, 고열, 근육통을 유발하고 치사율도 높다.

특히 쥐 진드기에 물려 발생하는 쓰쓰가무시병은 특히 1998년 이후 국내에서만 매년 1,000여명 이상의 환자가 보고되고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김준명(감염내과) 교수는 "통상 쥐의 건조된 배설물이 바람에 날려 호흡기를 통해 몸안에 들어오면서 치명적인 질환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 대책

국민들의 위생의식이 높아지고, 야생 고양이 등 천적이 급증하면서 과거 농림부나 보건복지부 등에서 하던 집쥐ㆍ들쥐에 대한 생태조사나 방역활동은 이미 10여년 전에 중단됐고 관련 부서도 폐쇄됐다.

현재는 필요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하는 '쥐약 놓기' 정도가 예방활동의 전부. 서울시 폐기물관리과 관계자도 "쥐에 대한 주민들의 경계의식이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고 보건당국의 방역대책도 이미 종결됐기 때문에 특별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라고 털어 놓았다.

김준명 교수는 "음식물 쓰레기를 즉시 처리하는 등 각 가정에서 조심하는 것과 함께 쥐들의 서식환경을 근본적으로 없애고 대대적인 쥐 박멸에 나서는 등 당국 차원의 신속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이른 시간 내에 큰 피해 확산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