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신탁(한부신)의 부도는 가뜩이나 어려운 건설업계에 또 다른 치명타로 그 파문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당장 1만명 가까운 아파트 입주자와 상가 계약자들에게 수천억원대의 피해를 안길 것으로 보인다. 또 건설업체와 금융기관들이 한부신에 물린 자금이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돼 이들 건설업체들은 물론, 금융기관들도 경영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부신의 아파트 사업을 떠맡아야 할 대한주택보증은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서 추가 부담을 안게 됐고, 코레트신탁(옛 대한부동산신탁)은 어음을 막지 못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속수무책이라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법적 분쟁까지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파장이 일파 만파로 확산될 조짐인 것이다.
한부신의 부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되어 왔다. 이 회사는 경기 침체에도 불법 대출이 끊이지 않았고, 가뜩이나 낙하산 인사 등 방만한 경영과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는 부도사태를 앞당긴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아 뻔히 보이는 부실을 키운 셈이 됐다. 이번 한부신의 부도를 두고 '관재(官災)'라거나 '정부 신뢰의 부도'라고 지적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는 한부신이 법적으로는 신탁회사이지만 업무 성격상 공적 자금 투입이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것이 정부 역할의 한계라는 것이다. 물론 여러 가지를 따져보지 않은 투자자들에게 피해의 1차적인 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정부 공신력을 믿고 계약했다가 피해를 보게 된 만큼 정부도 이 부도사태의 원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한부신은 공기업인 한국감정원이 28.4%의 지분을 갖고 있어, 정부출자기관이라 안전하다고 선전했었다. "부실한 재벌 건설업체는 살려주면서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서민 피해는 외면하고 있다"는 투자자들의 비판으로부터 정부가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한부신 부도의 효율적인 사후 처리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럼에도 건설교통부와 금융감독위원회가 부실 책임을 서로 미루는 행위는 국민들을 실망케 한다.
정부는 한부신 부도 파문이 더 이상 확산되기 전에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책임 소재를 철저히 가려 엄정한 문책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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