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화면도, 억대의 스타도 찾아볼 수없지만 눈길을 잡아 끈다. KBS '인간극장'(2TV 월~금 오후 ) 에는 은근한 향취를 풍긴다.산골소녀 영자의 해맑은 모습에서부터 중국 충칭팀 축구감독 이장수씨의 감동적인 휴먼스토리, 선천성 왜소증을 앓는 작은거인 4형제의 이야기까지.
우리 이웃들의 삶을 진솔하고 겸허하게 무대에 올린다. 어느 누구도 삶의 주인공이 아닌 사람이 없다.
1월 29일부터 일주일동안 방송된 이양금씨네 열한 명 딸들의 올망졸망한 이야기 '딸부잣집 이야기' 도 잔잔한 화제를 불렀다.
"꼭 우리집을 보는 것 같다"는 공감과 함께 여의치 않은 집안형편에도 딸들에게 고루 최선을 다하는 부모의 정성은 푸근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인간극장을 보면서 덩달아 울고 웃고 하면 제 마음도 덩달아 깨끗해집니다.""TV를 거의 보지 않지만 항상 인간극장 방송 시간이면 전원을 켜게 됩니다."
'인간극장'의 매력은 6mm 카메라에 세밀히 담아낸 소소한 일상과 작은 진실도 놓치지 않으려는 제작진의 땀방울에 있다.
한 편을 찍기 위해 평균 15~ 17일을 주인공들과 함께 산다. 그들보다 먼저 일어나고 늦게 잠든다. 6분의 1만 편집해 방송할 정도로 촬영량이 많다.
신체장애로 소외된 사람들에 천착하여 관련 학회와 모임을 다 뒤지며 사례를 찾아냈던 '작은 거인 4형제'(연출 장기하)처럼 끈질긴 소재탐구 노력도 돋보인다.
드라마 같은 연작 형식이기 때문에 이야깃거리가 풍부하게 나올 수 있는 일, 상황연출을 최소화하여 리얼리티를 살릴 수 있는 '현재 일어나는 일'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짜인다.
5일부터 방송되는 '화교 3대, 장씨네 이야기'는 한국에 정착한 장학맹씨 3대의 구구절절한 사연이다.
그는 국민당의 본토 철수와 함께 고향을 떠나 중화요리집을 경영하며 3남 1녀를 길러냈고, 그 아들들은 직업선택의 기회가 극히 제한되는 이국땅이지만 이제는 김치없이 살 수 없을 정도로 한국 사람이 되어버렸다.
변화를 두려워했던 기성세대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신세대 화교 3세대의 이야기. 역시 기대를 모은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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