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도쿄출장 때 지하철 승강장에 울타리가 쳐져있는 것을 보고, 왜 이런 데 돈을 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승강장 안전선을 따라 1m 높이의 FRP 울타리가 둘러져 있는데, 전동차가 도착해 문이 열리면 울타리 문도 같이 열리고 같이 닫혔다.
도쿄 시내에 거미줄처럼 촘촘히 얽힌 지하철 전철망 가운데 도영 지하철 미타(三田)선에만 있는 시설이었다. 지하철역 에스칼레이터 시설도 많이 늘어난 것을 보고, 돈 많은 나라는 다르구나 했다.
▦ 다음날 일본 언론인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궁금증이 풀렸다. 사고예방을 위해 시범적으로 만든 것이라 했다.
선로 투신자살이나 술꾼들의 실족사고를 막기 위해 짜낸 아이디어라는 것이다. '잃어버린 10년' 이라는 90년대 이후 그런 사고가 많지만, 승객들은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이라고 한다.
얼마 전 도쿄대학 신입생환영회 때 술 취한 학생들이 호수에 익사한 사건도 동료들의 외면 때문이라 해서 일본열도가 시끄러웠다.
▦ 고려대 이수현(李秀賢)씨가 도쿄 순환전철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려다가 산화한 사건 보도에서 일본 언론을 같은 행동을 한 40대의 일본인 사진작가보다 이씨에게 포커스를 맞추었다.
장용으로 끌려갔다 그곳에서 죽은 할아버지 이래 3대가 일본과 악연을 맺은 가계 스토리가 화제이기도 했지만, 몸을 던져 남의 불행을 막으려했던 행동이 일본 젊은들과 다름을 강조한 논조였다.
모리요시로 총리의 이례적인 조문도 그 때문이었다.
▦ 이 사건 후 일본 각지에서 이씨의 용감한 행동을 본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다. 1일 나고야 시내 한 전철역에서 고교생이 선로 아래로 떨어지자 옆에 있던 승객 둘이 뛰어 들었는데, 전동차가 급정거해 모두 무사했다.
1월 29일에도 도쿄 인근 도시에서 선로에 실족한 고교생을 친구 5명이 뛰어내려 구조하는 등 4건의 미담이 보도 되었다.
의인은 죽어서 많은 목숨을 살려내고 있는 것이다. 용기 있는 행동의 파장은 이렇게 큰 법이다. 그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