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실시되는 이스라엘 총리 선거에서 강경파인 아리엘 샤론 리쿠드당 당수가 온건파인 노동당의 에후드 바라크 현 총리를 누르고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 향후 중동 정세가 험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부터 여론조사에서 우세를 보여온 샤론 당수는 선거를 나흘 앞둔 2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여전히 바라크 총리를 20% 가량 앞지르고 있어 샤론의 당선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이번 선거의 초점은 바라크 총리가 '바라크냐, 전쟁이냐'라며 지지를 호소한데서 나타나듯이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협상 및 지난해 9월 이후의 유혈 사태에 대한 대응 전략이다.
바라크는 팔레스타인과의 포괄적인 평화협정 타결을 통한 사태 해결을 주장하고 있으나 샤론은 지금까지 바라크측이 팔레스타인과의 협상에서 이루어놓은 타협안에 반대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 폭력사태가 종식되지 않으면 평화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샤론의 우세는 바라크가 팔레스타인과의 유혈사태를 해결하지 못하고,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을 타결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 반사적 이익으로 보인다. 강경 극우주의자이며 결단력 있는 샤론이 바라크와는 달리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이스라엘 국민의 기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바라크는 평화협상이 실패한 상황에서 아랍계 이스라엘인과 러시아계 이민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애쓰고 있으나 역전은 힘들다는 관측이다. 노동당을 지지해온 아랍계 이스라엘 유권자들이 유혈사태 초기에 희생된 아랍계 이스라엘인 처리에 대한 불만으로 선거 불참의사를 밝혔고, 러시아계 이민자들은 전통적으로 집권당측에 반대표를 던져왔다.
샤론이 당선될 경우 중동평화협상이 파국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샤론은 당선되면 바라크가 팔레스타인측과의 협상에서 양보한 내용을 무효화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바라크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95%를 팔레스타인에 넘겨주기로 했으나 샤론은 42% 이상은 안되며,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권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 시리아와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골란 고원에서의 철수도 절대불가를 고수하고 있다.
아랍권에서는 1973년 이집트와의 전쟁에서 탱크를 몰고 수에즈 운하를 넘어 진격하는 등 여러 차례의 중동전쟁에서 선봉을 섰던 샤론의 전력을 들어 그가 총리에 당선될 경우 국지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샤론은 이 같은 아랍권과 이스라엘 국내의 일부 우려를 의식, 당선될 경우 온건파인 에체르 바이츠만 전 대통령을 특사로 보내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회담을 할 것이라고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중동평화협상에 소극적인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이스라엘의 강경 정부 출범으로 중동의 지역정세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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