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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고문기술자' 멕시코, 스페인 인도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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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고문기술자' 멕시코, 스페인 인도결정

입력
2001.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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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정부가 아르헨티나의 '고문기술자'를 제 3국인 스페인에 인도키로 결정함으로써 인권 유린 범죄자에 대한 국제적 단죄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호르헤 카스타네다 멕시코 외무부 장관은 2일 기자회견을 갖고 아르헨티나 군정시절(1976~83년) 재야 인사를 고문하고 살해한 혐의로 지난해 8월 자국에서 체포된 아르헨티나 출신 기업인 리카르도 카발로의 신병을 스페인에 인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발로가 인도될 경우 국제인권협약이 아니라 당사국간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인권 유린 범죄자의 신병을 제3국에 넘겨주는 최초의 외교적 조치이다. 또 고문 등 인권 유린의 경우 주권의 범위를 뛰어넘어 어느 국가든 처벌할 수 있다는 국제법에 의거, 제3국이 타국의 인권유린 범죄자에 대해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상 첫 사례가 된다.

아르헨티나의 군부 집권 시절 해군 장교였던 카발로는 정치범 납치와 고문장소로 유명한 해군기술학교에서 좌파 정치인들을 고문하고 이 과정에서 최소한 5명 이상을 살해한 혐의로 수배를 받아왔으나 군정 종식 후 이름을 '미겔 앙헬 카발로'로 바꾸고 성형수술까지 한 뒤 잠적했다. 인권 단체들은 아르헨티나 군부가 자행한 이른바 '더러운 전쟁' 과정에서 3만 명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스페인의 '깨끗한 손(마니 폴리테)' 발타사르 가르손 판사의 요청을 멕시코 정부가 전격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이뤄졌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군정시절에 자행된 인권유린 행위를 조사하고 있는 가르손 판사는 카발로 체포되자 "그가 스페인인을 포함해 70여명의 납치와 고문, 폭행, 실종사건에 연루돼 있다"면서 스페인의 사법권 행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칠레의 전 군사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지난해 영국 정부의 '배려'로 가르손 판사의 법망을 벗어난 것처럼 이번 사건도 '주권의 벽'에 막히는 듯 했다. 아르헨티나는 페르난도 델라루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직접 멕시코를 방문, 카발로의 신병 인도를 요구하고 자국 변호사를 파견해 직접 신문에 나서기도 했다.

멕시코는 과거 식민지 종주국 스페인과 중남미 형제국인 아르헨티나간의 신병인도 주장에 어정쩡한 태도를 보일 수 밖에 없었다. 또 중고 자동차 판매업자로 활동해 온 카발로가 멕시코 정치인들과 결탁해 자동차 등록사업을 불법으로 추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라울 라모스 테르세로 상공부 차관이 자살하기도 했다.

결국 카발로 문제는 지난해 7월 사회 정의와 혁신을 표방하며 제도혁명당의 71년 독재를 종식시키고 집권한 빈센테 폭스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마무리됐다. 한편 카발로의 변호인측은 카발로의 신병 인도를 늦추기 위해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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