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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전염병 기승 / '역병의 세기'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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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전염병 기승 / '역병의 세기' 오나

입력
2001.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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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는 1980년 전염병 '천연두'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소멸했다고 선언했다. 인류는 감격했다. 의학의 발전은 드디어 공포의 전염병에서 해방된 희망의 21세기를 선사할 것으로 믿어졌다.그러나 바로 다음 해인 81년 에이즈의 출현은 인류를 다시 전염병의 공포로 몰아 넣었다. 이후 30여 개의 신종 전염병이 출현했다.

인류의 기억에서 잊혀졌던 결핵, 말라리아, 홍역 등의 전염병도 다시 기승이다. 항생제 남용으로 더 이상 치료가 안 되는 질병도 생겨났다.

유전자 조작으로 유전병까지 치료가 가능해진 21세기에 '전염병의 시대'가 다시 올 것이라는 경고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신종 전염병의 출현

1995년 1월 아프리카 자이르. 건강하던 42세 광산 근로자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피를 토하며 숨졌다.

이로부터 수주일 사이 그의 가족과 의료진 등 50여 명이 차례로 사망했다. 새로운 전염병 '에볼라 출혈열'은 인류 역사에 이렇게 등장했다.

아프리카 밀림 개발 과정에서 원숭이의 전염병이 인간에게 감염된 것으로 추정될 뿐, 예방이나 치료법은 물론 정확한 감염경로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에볼라 출혈열, 광우병, O-157, 에이즈 등 전혀 새로운 병원체에 의해 감염되는 전염병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81년 발견된 에이즈는 동성애와 마약복용이 증가하면서 20년 만에 4,000만 명이 감염됐다. 국내 감염자도 1985년 처음 발견된 이래 지난 해 219명으로 늘었다.

■사라졌던 전염병의 창궐

결핵, 콜레라, 백일해 등 사라졌던 전염병도 전세계적으로 창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1970년대 사라졌던 말라리아와 홍역이 9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수인성 전염병인 세균성 이질은 96년 9건, 97년 11건에 불과하던 것이 98년 905건, 지난 해 2,497건으로 5년만에 1,000배 이상 늘어났다.

대표적인 '후진국병'으로 알려진 결핵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당 7.4명 꼴로 OECD 가입국 중 1위이다.

■항생제 남용으로 '슈퍼 세균' 등장

항생제 오ㆍ남용으로 기존 병원균에 내성(耐性)이 생기면서 페니실린으로 간단히 치료됐던 폐렴구균, 포도상구균, 장구균 등이 죽음의 질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무리 강력한 항생제를 써도 듣지 않는 '슈퍼 세균'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의대 이환종(李煥鍾ㆍ소아감염학) 교수는 최근 "지난 해 10월 제주도에서 발생한 이질 환자 중 강력한 효능을 지닌 세파계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이질균이 발견됐다"고 발표해 충격을 주었다.

신종 내성균은 세파계 항생제를 분해하는 효소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돌연변이로 확인됐다. 우리나라의 페니실린 내성률은 85~90%로 세계 최고 수준.

항생제 내성의 증가는 세균성 전염병의 유행 패턴도 바꾸었다. 과거엔 여름에 나타나던 장티푸스가 봄, 가을은 물론 초겨울에 기승을 부리기도 한다.

■원인과 대책

전문가들은 21세기에 전염병이 더욱 증가할 우려가 높다고 말한다. 부의 집중으로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는 국가가 늘고 있고, 전쟁이나 내란, 인구의 이동과 이민 등 사회적 요인들이 개선될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최강원(崔康元) 교수는 "에볼라 출혈열과 같이 인간의 생태계 파괴로 인한 인수(人獸) 공통 전염병이 증가할 우려도 높다"고 경고했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과장 송재훈(宋在焄) 교수는 "음식의 공급이 세계화함에 따라 음식으로 인한 전염병이 전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지구 온난화는 질병 발생의 경계선을 북상시켜, 그 동안 열대 지역에서 발생하던 풍토병을 온대 지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삼성서울병원 송 교수는 ▦ 새로운 전염병의 조기 발견 시스템 확립 ▦국경을 넘나드는 전염병의 효과적 관리를 위한 국제적 감시 기구의 구성 및 참여 ▦보건당국, 의료계, 산업계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전염병 예방 기구의 설립 ▦전염병 발생 감시와 역학 조사를 위한 전문가 양성 등의 대책을 제안했다.

송 교수는 "전염병은 여전히 인류의 사망원인 1위이며 21세기에도 새로운 전염병의 위협에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전염병이 국경을 뛰어 넘어 발생하는 만큼 전염병 감시를 위한 국제적인 협조체제와 공공보건 시스템의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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